"왜 당이 김용까지 방어하냐"..'부글부글' 비명계 속만 끓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3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이 불러온 ‘이 대표 용퇴론’에 대해 자제령을 내렸다. 당내 소장파로 꼽혀 온 김해영 전 의원이 전날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십시오”라고 저격하자 이런 목소리가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의원이 실체적 사건의 진실을 알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섣부른 예단에 따른 입장이 함부로 표현돼 당내 분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자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개별 의원의 입장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하겠느냐”며 김 전 의원 주장을 평가절하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지금은 검찰 독재와 신(新)공안정국에 맞서 모두가 일치단결해서 이겨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모두 나서 소위 ‘내부총질’을 경계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의 발언이 너무 성급했던 측면이 있다”며 “김용 부원장 사건에 대해 이 대표가 연루됐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싸고 비이재명계의 불만은 켜켜이 쌓이고 있다. 김 부원장이 19일 체포된 뒤 당 차원에서 해명에 나서자 “이 대표의 측근에 불과한 그의 혐의를 왜 당 전체가 방어해야 하느냐”는 반발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사당화도 정도껏이다. 그의 심복인 김 부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당 전체가 변호하는 게 말이 되냐”며 “당이 관련 사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작 수사’라고 주장했다간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로 이 대표의 ‘대장동 일당과 모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많이 줄었다”며 “국민들도 신뢰를 많이 잃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비명계가 이 대표를 공개 저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돈을 받았거나 해당 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면 집단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겠지만 현재로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의원들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섣불리 반발했다가 되레 당내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비명계의 이같은 판단은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를 본격화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당이 분열하면 ‘문재인·이재명 공동 엄호’ 전선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차후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마저 구속되면 검찰 칼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누게 될 것”이라며 “이 대표 관련 수사와 문 전 대통령 수사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현재 상황을 범(汎)계파가 공동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구조상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질수록 내부 파열음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철저하게 별건으로 봐야 한다”며 “두 사건을 묶어서 방어하다가는 오히려 검찰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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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