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숨기려 고소전 벌였나..이정근 발목 잡은 '증거인멸 정황'

檢, 구속 심문서 사업가·이씨 간 민·형사 소송 '위장술' 주장
청탁 성사·자금 사용처 규명 관건..유력 야권 인사들 언급돼 주목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10억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씨와 사업가 박모 씨 간의 '고소전'을 증거인멸 모의 정황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각종 인허가 및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박씨로부터 수십회에 걸쳐 9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를 받는다. 2020년 2∼4월 박씨로부터 선거 비용 명목으로 3억3천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당시 영장 심사에서 이씨가 박씨와 증거 인멸을 모의한 정황이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근거로 이씨와 박씨 간 민형사 소송을 들이댔다.

박씨는 지난 5월 이씨가 자신의 돈 수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는다며 사기죄로 이씨를 경찰에 고소하고,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검찰은 이 같은 소송 전이 '위장술'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총선 이후 선거법 위반 수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씨가 박씨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양측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돈의 성격을 '차용금'으로 둔갑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씨 측은 그러나 박씨를 무고죄와 공갈협박죄 등으로 역고소한 점을 강조하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이씨의 구속 영장이 발부된 만큼, 법원은 검찰 측 주장에 더 설득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앞으로 청탁의 성공 여부와 이씨가 받아 간 돈의 사용처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씨는 이씨가 금품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과시하고, 이들을 통해 각종 청탁을 들어줄 수 있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한다.

박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등에는 이씨가 문재인 청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 A씨와 장관급 인사 B씨, 중진급 국회의원 C씨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에게 공공기관 인허가 및 인사 등을 부탁하겠다고 말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3명의 이름은 이씨의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이 야권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된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다만 이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의혹을 입증할 관련자 진술이나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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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