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민심 드러난 저조한 투표율.. '확대명'에도 "李, 정이 안간당께"

당심은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었지만 민심은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최대 분기점으로 꼽히는 '호남 대전'에서 이재명 후보가 박용진 후보를 압도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이 당선권 5명 가운데 4명을 차지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호남 권리당원의 온라인 투표율은 전국 '꼴찌'수준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에 실망하고 이 후보에 마뜩찮아 하는 호남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호남권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을 집계한 결과 지난 17일 투표를 실시한 전북은 17.20%, 18일 투표를 실시한 광주와 전남은 각각 18.18%, 16.76%에 그쳤다. 현재까지 권리당원 온라인투표를 진행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전북과 전남은 그 동안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제주(17.80%)보다 낮았고, 광주도 끝에서 네 번째였다.

이같이 낮은 투표율에도 이 후보는 21일 전남·광주 경선에서 각각 79.02%, 78.58%, 지난 20일 전북 경선에서 76.81%를 얻어 누적 득표율 78.35%를 기록했다.

상대 후보인 박용진 후보는 전남·광주 경선에서 20.98%, 21.42%, 전북 경선에서 23.19%를 얻어 누적 득표율 21.65%에 그쳤다. 2주 넘게 계속돼 온 지역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가 계속 독주를 이어간 셈이다.

그러나 텃밭인 호남의 저조한 투표율은 이 후보가 호남 민심을 완전히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광주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37.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선과 지선을 패배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그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며 "이 후보도 항상 '패배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라고 말하듯이, 호남 민심도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역대 당 대표 선거에 나섰던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이 안 간다'는 평가가 많다"며 "사법리스크 등 각종 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해 느끼는 점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북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상진 전북대 겸임교수는 "두 가지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어차피 이재명이 된다'라는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는 점과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조금 식었다는 점을 같이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면성이 있는 셈"이라며 "이 후보 입장에선 좋게 볼 수만도 없고 나쁘게 볼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당장 이 후보측에서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유있게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호남의 낮은 투표율로 확실한 정통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송영길, 이낙연 전 대표가 각각 선출됐던 2021년, 2020년 전당대회에서는 모두 40%를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이 대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은 달성해야 확실한 정치적 정당성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사상 최대의 높은 투표율을 보여달라. 그게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민주 정당으로 가는 길"이라며 연일 투표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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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