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 '중→등' 수정이 패착..한동훈 그 한글자 안 놓쳤다

법무부가 개정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으로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되는 검찰의 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수사권 상당부분을 시행령 개정으로 다시 복원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시행령 쿠데타”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 원안에선 검찰의 수사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했지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중’→‘등(等)’으로 수정한 게 결정적 패착으로 지목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법무부, “법률 위임 범위서 한치도 안 벗어나”


12일 법무부는 전날 입법예고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규정)’에 대한 추가 설명을 통해 “이번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 범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날 검수완박을 주도한 민주당 측에서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국회 위에 장관이 올라가려는 시도(김용민 민주당 의원)”, “국회 입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 등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한 반박 차원이다.
법무부는 이날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범죄라고 국회에서 만든 법률 그대로 시행하는 것인데 어떻게 국회 무시인가”라며 “국회를 무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강하게 반박한 건 4월 27일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 원안이 아닌 수정안이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 근거로 작용했다. 이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검찰청법 제4조 ①항 1호 가목이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등’으로 수정하면서 부패·경제범죄 그밖으로 수사범위 확대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확인해준 ‘등’ 확장성…“9대 범죄로도 해석”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다음 날인 4월 28일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의 ‘등’ 수정안을 비판하면서 “등과 중은 그 의미(차이)가 크다”며 “무엇 ‘중’이라고 하면 무엇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반면, 무엇 ‘등’이라고 하면 무엇 말고도 다른 것도 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역시 4월 26일 기자들에게 법사위안을 설명하면서 “(등은) 마치 6대 범죄 아니라 7대 범죄, 8대 범죄, 9대 범죄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이 될 여지가 있어 ‘중’으로 바꾼 것”이라며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법사위 통과 때만 해도 ‘중’이던 검찰청법 개정안은 “이미 경제·부패라고 법률에 명시해놓은 상태에서, 하위법인 시행령이 이를 거스르고 수사 범위를 늘릴 수 있겠느냐”(법사위 1소위원)는 주장이 나오면서 ‘등’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당시 검사 출신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 역시 “대통령령으로 확대하려 하더라도, 경제·부패 범죄가 아닌 경우엔 법원이 (위법임을) 명백하게 판단해줄 것”이라고 했다.

결국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수정안 제안 설명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수정했다”며 “검사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한하여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법의 취지에는 다름이 없다”라고 발표하게 됐고 이 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동훈, “혼동 아니다”…전문가 해석은 다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본회의에서 수정해 의결됐기 때문에 그 의미를 혼동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무부가 검수완박법 규정을 폭넓게 해석하면서 검찰이 수사 가능한 경제·부패 영역에 포함시킨 범죄 유형은 직권남용·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 등 기존 공직자범죄와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 선거범죄 일부 등이다.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나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 등도 경제범죄로 재분류해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민주당은 검찰 수사범위를 제한하고자 했으나 입법 기술적으로 이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렇다고 무고, 도주, 범인은닉, 증거인멸, 위증 등은 부패·경제범죄가 아닌데도 이를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범죄’라며 수사 개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법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문언적 표현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196조 ①항(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에는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어떤 표현도 없다”며 “검찰청법 제4조 제①항의 ‘등’을 문언적으로 본다면 앞에 열거된 것 이외의를 말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검사의 완전한 수사권 보유를 전제로 한다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위임하고 있는 시행령을 가능한 넓게 해석하는 것이 법률정합성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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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