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덕수 인준, 어렵다" vs 윤석열 "그럼 총리 없이 간다"

윤석열 정부 출범 D-3, 시계 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를 향한 적의(敵意)와 전의(戰意)를 폭발시켰다.

민주당은 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새 정부의 총리직을 맡기에 부적격하다는 판정을 공개적으로 내렸다. 국회 인준(임명 동의) 거부를 시사한 것으로,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내각이 한동안 공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과반 의석(300석 중 168석)을 점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리 임명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러나 민주당을 달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는 한덕수 후보자뿐"이라며,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리 없는 내각'으로 가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의 무력 시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정국은 윤 당선인과 민주당의 강대강 충돌로 얼룩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민주당 의원들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관예우 의혹 등을 해소하지 못한 한 후보자는 내각을 통솔할 총리로서 결격 사유가 차고 넘치는 인사임이 증명됐다"면서 부적격 딱지를 붙였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한 후보자 임명 찬반 여부를 당론으로 정할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 총리 임명 동의 표결에서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호영 보건복지부·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원희룡 국토교통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등 5명도 "국민 눈높이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명백한 부적격자"라고 선언했다. 장관 후보자는 국회 임명 동의 없이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에 임명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무더기로 반대하는 장관 후보자들을 윤 당선인이 전원 임명 강행하는 것은 협치 파기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윤 당선인은 강경하다. 민주당이 총리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키면 총리가 없는 채로 정부를 꾸리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새 정부 첫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17일 문재인 정부의 김부겸 총리 제청을 받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고, '추경호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당분간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일부 부처는 장관을 비워 두고 차관과 일하는 시나리오도 고려하고 있다. 차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즉각 임명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한 측근은 6일 "문재인 정부 장관들과 불편한 동거 기간을 늘릴 필요가 없다"며 "낙마한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후속 인선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교육부 차관은 취임 즉시 인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강대강 충돌 기류는 차곡차곡 쌓여왔다. 윤 당선인은 5일 저녁 측근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협치 정신과 경륜을 고려해 한덕수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민주당이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격정적으로 토로했다고 한다. 이후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는 한덕수뿐이다, 민주당이 방해해도 함께 간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공유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세게 나오는 건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볼모 삼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을 한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은 "한덕수 후보자는 노무현·김대중 정부 출신인데, 민주당이 이제 와서 결격 사유를 찾느냐"며 "한동훈 후보자가 두려워서 한덕수 후보자를 궁지에 모는 게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에 발목 잡힌 새 정부'라는 약자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게 6·1 지방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민주당은 '한덕수-한동훈 연계론'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6일 "연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한 후보자 자체에 대해 국민 과반이 부적합하다고 판정을 내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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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