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재명 방탄법'에 74년 檢 수사체계 무너졌다

70년 넘게 유지된 검찰의 수사권을 종국에는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최종안(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에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수많은 법과 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불확실성과 부작용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내하게 됐다.

위헌 소지 논란이 있는 법안을 제대로 심사해야 할 ‘입법기관’인 국회는 역할을 방기했고, 이를 분석해야 할 법률 전문가와 견제·비판해야 할 언론조차 법안 내용을 알지 못해 헤맸다. 그러는 사이 ‘검수완박 수정안’은 “라면 하나 끓여먹을 시간인 17분 만에(대한변협 필리버스터 내용)” 졸속으로 통과됐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이처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 가져올 ‘파장’이 어디까지인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계속된 검찰개혁은 결국 ‘문재인 정부 관련 권력수사’에 스톱 버튼을 누르고, ‘수사권력의 경찰 이양’만 남긴 채, 이렇다 할 대안 없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문재인 정부 이전 검찰 수사권한의 양대 축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특수부로 상징됐던 직접수사권한으로 구분된다.

당초 검찰은 직접 인지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줄어드는 것보다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을 더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 전 총장은 직접수사 범위와 권한은 대폭 줄이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 시절, 박상기·조국 법무부 전 장관들이 애초 문제를 삼았던 것도 ‘총장의 수사지휘권’ 이었다.

그러다 2020년 초, 이른바 ‘검찰개혁 3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했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가 폐지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다.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이 부여됐고, 검사의 직접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6대 범죄)로 한정됐다. 검찰 수사력도 일반 송치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도록 했다.

당초 검경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검찰과 경찰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를 위해 상호 협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경찰 수사의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사건 처리 지연은 물론, 보완수사 요구가 크게 늘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중 3개월 이내에 보완수사가 이뤄진 사건은 56.5%에 달했다. 19.1%는 3~6개월, 11.4%는 6개월을 넘겨 보완수사가 이행됐다. 6개월이 지나도 보완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도 13%에 달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변협 필리버스터에 연사로 나서 “지금 필요한 건 검수완박이 아니다. 검찰 수사인력을 통해 서민 재산을 박살 내는 경제사범, 금융사범을 찾아서 책임을 물게 해야 할 때”라며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민주당·정의당 인사들은 역사의 대죄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검경수사권 조정의 폐해를 보완해야 할 때,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과 맞물려 보다 강력한 검수완박 법안을 들고 나왔다. 윤 전 총장은 ‘검수완박 반대’를 외치며 옷을 벗었는데, 김오수 총장도 결국 검수완박 때문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은 3일 통과 예정)은 검찰의 수사 범위였던 6대 범죄 중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폐지(법안 공포 시점 기준으로 4개월 후)하는 것이 핵심이다. 2대 범죄(부패·경제)는 최소 1년 6개월 후 수사권 폐지가 유예되지만, 종국에는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진다.

특히 직접수사권 폐지로 대장동 게이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대통령 가족과 연관 의혹이 있는 이상직 비리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권력수사가 9월부터 모두 중단된다. 정치권에서 ‘문재인·이재명 방탄법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자기 비리 수사를 스스로 막는 법안을 임기 마지막으로 의결하고 공포하는 셈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 독립성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지금 어떠한지 묻고 싶다. 현재 검찰 조직을 가장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미 많은 수사를 경찰이 떠안은 상황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오히려 경찰을 괴롭히고 정치인들이 본인들 사건에서 도망가기 위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법사위 통과안에 반영됐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시까지’라는 문구가 빠진 것은 더 큰 문제다. ‘검찰수사권을 폐지는 하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없이 일단 폐지부터 하고 본 셈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권도 사실상 완전 폐지됐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일반 국민과 관련된 민생사건 처리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내용, 문서만 가지고 그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검사가 직접 추가 및 보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체 규명 가능성이 낮아진다. 경찰의 업무량이 늘면서 수사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도 유·무죄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불확실한 신분을 안고 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동일한 범죄사실’에 한해 보완수사 범위를 열어놨다고 하지만, 피해구제를 위한 보완수사를 오히려 부당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가 골간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일을 공청회 한 번 없이 의석수로 밀어붙였다는 것은 ‘입법 권한’의 남용이자 폭거”라며 “법치를 거론하기 전에 국민의 실생활과 인권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일인데, 여론 수렴과 숙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보고 ‘블랙 코미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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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