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출연논란 속 '유재석 옹호' 유퀴즈 "꽃밭 함부로 짓밟지 말라"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뒤 정치색 논란에 휘말린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이 이같은 메시지를 썼다. 지난 20일 윤 당선인 출연 이후 1주일 만이다.



유퀴즈는 27일 방영분에서 '너의 일기장'을 주제로 '새 덕후' 김어진,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정영미, 편지 쓰는 택시 기사 명업식, 배우 박보영 등의 출연자와 함께 이야기를 했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최근 윤 당선인 출연 뒤 불거진 논란에 대해 유퀴즈 제작진의 입장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는 '나의 제작일기'라는 글이 쓰였다.

방송에는 상암동에 있는 tvN의 편집실이 비춰진다. 자막으로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하는 '나의 제작 일지'"가 표시됐다.

제작진은 그간 유퀴즈를 통해 만난 출연진과 진행자 유재석·조세호의 모습이 담긴 장면을 보여줬다. 이어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라고 했다.

또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다"며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고 했다.

나아가 "이 프로그램을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피디들은 살면서 또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보통 사람들이 써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짓궃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해 꽃을 피워왔다"고 했다.


제작진은 특히 유재석·조세호에게 고마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라고 했다.

제작진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자유롭게 만난 기존 포맷에서 변화를 줄 수밖에 없던 상황도 거론했다. 이들은 "두 사람과 함께한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는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며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라며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고 글을 끝맺었다.


앞서 유퀴즈는 20일 윤 당선인이 출연한 후 정치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이재명 전 경기지사 등이 유퀴즈 출연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유재석을 향해 "국민 MC로 존경 받는 분이라면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일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유퀴즈는 전국 시청률 3.5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주 방송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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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