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까지 부정적 시그널.. 국민의힘 기류 급변

정치권 중재안 합의 진통
안철수 "이해상충.. 정치권 야합"
원내지도부, 합의번복 가능성 일축
민주당 강경파도 지도부에 불만
합의 파기 땐 '원안' 강행 예고
이번주 사개특위 구성 실무 협의
여야 '중수청 입법' 재충돌 가능성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건 더불어민주당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합의와 관련해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번 합의를 두고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센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데 따른 ‘판 흔들기’ 성격으로 해석된다. 원내 지도부의 “입법사항은 원내의 일”이란 입장처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논의를 한다고 해도 별다른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주장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데 이어 합의 파기시엔 다시 ‘원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검수완박 입법 후속 작업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입법이 새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21일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당대표 -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25일 최고위에서의 재검토를 예고하며 “민주당은 이 입법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히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조차 국민들께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에 입법 공청회 개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의 공개적 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관점을 가진 한 후보자에 대한 질의를 통해 민주당이 이 입법 추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민주당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것”이라며 “이것을 회피한다면 입법 추진이 졸속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을 의식해 연달아 올린 글에서 “힘의 논리로 나온 상대에 맞서 국민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최소화 해보자는 협상의 목적에서 권 원내대표는 최선의 협상을 했다”며 재합의에 나설 경우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투톱’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내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입법사항은 당의 일이 아니고, 원내의 일”이라며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이 대표의 말도 한 의견으로 생각하고 충분히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글이 ‘반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도 일축했다.


반면 당 대표실 관계자는 “(당 안팎의) 대부분의 사람이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권 원내대표의 결정을 못마땅해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최고위)에서 이야기한 다음 그 내용을 의원총회에서 발표하는 정도까지 일종의 ‘제스처’를 취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의 발언을 부연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이 대표의 재검토 발언에 “논평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양당 원내대표단 합의 이후, 의총 추인 절차까지 모두 거친 만큼 재합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가 의총을 할 때 의원들을 설득했어야지, 이제 와서 합의를 뒤집겠다는 것이냐”며 “그쪽 집안 문제인 만큼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일침을 놨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설마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의원들이 의총으로 결정한 내용인데 그걸 뒤집을 정도의 국민의힘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의 번복 사태까진 이어지지 않더라도 여야는 검수완박 후속 입법인 중수청 입법을 두고 또 다시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8일 또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박 의장의 중재안을 통과시는 한편, 사개특위에서 중수청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개특위는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 등 13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비교섭단체 몫은 정의당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주 초 사개특위 구성 관련 실무협의가 열린다.


‘한국형 FBI(미 연방 수사국)’라는 별칭이 붙은 중수청이 출범하면 기존 검찰이 가지고 있던 수사권을 모두 넘겨받게 되는 만큼, 여야가 입법 과정에서 중수청의 권한과 청장 임명권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야는 6개월 내에 사개특위에서 입법 작업을 마친 뒤 1년 내 중수청을 출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중수청 출범 후 공수처 폐지 여부나 중수청 견제 방안 등을 둘러싼 이견이 예상돼 시간표대로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여야가 사개특위에서 중수청 입법 관련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국회 상황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상황에 따라 또 다시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수청 법안은 사개특위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데, 21대 국회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 법사위 통과를 두고 여야가 재차 충돌한다면 본회의 상정도 전에 논의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 법안이 본회의 문턱까지 넘어서도 대통령에 취임한 윤 당선인이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국 검찰이 다시 수사권을 가지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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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