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수사 피하려 與野 야합”… 검찰, 중재안에 격분

“선거 수사 못하면 혼란 부를 것”
김오수 사표 제출에 “도망가나”
법조계, 추가혐의 수사 제한 우려

“정치권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야합을 벌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여야가 기다렸다는 듯 합의한 모습을 본 검찰의 반응은 이 한 줄로 요약된다. 중재안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단계적’ ‘합의’ 등 표현으로 포장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태를 막지 못하고 재차 사표를 던진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도 빗발쳤다.

박 의장이 22일 제시한 중재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삭제했다. 나머지 2개 범죄인 부패·경제 범죄도 다른 수사 기관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넘겨주기로 했다. 결국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겨 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여야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에 합의하자 닷새 만에 다시 사의를 표명했다.

중재안을 본 검찰은 당장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부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선거범죄는 시효문제와 복잡한 법리문제 등으로 어렵고 실수가 많은데, 선거를 앞두고 수사를 못하게 되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예세민 대검찰청 기조부장(검사장)도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소추기관이 중요 범죄에 대해 제한적으로 수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며 “중요 범죄에 대한 대응역량이 약화되고 불법과 비리가 판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치사건에서 범죄의 단일성·동일성에 벗어나는 수사는 하지 못하게 한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공범·여죄를 캐는 것뿐만 아니라 무고·위증 여부를 따지는 것까지가 기본인데, 중재안은 이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민주당 입법안에 유예 시간만 더해진 중재안이 갑작스럽게 여야에서 합의된 과정을 두고도 검찰에선 울분을 쏟아냈다. “정치인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데 여야가 동의한 것”이라는 말들도 나왔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모두가 우려할 정도의 사법 체계 전반의 변화를 계속 졸속으로 하고 있다”며 “야합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지휘부를 향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서 “총장께서 ‘국민이나 국회가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건 결국 제도적인 검찰 수사권 박탈이 맞는 것이냐”며 “총장께서는 국회 상황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답변해 달라”고 했다. “총장 등 책임 있는 분들이 충분한 해명 없이 그냥 사직서만 제출하고 도망가려고 한다”는 성토도 높았다.

법조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돼도 단일성,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수사를 못하게 한다는 게 제 상식으론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리해온 김예원 변호사도 “1%도 안되는 권력형 범죄만 딜의 대상이고, 99% 서민 사건에 대한 경찰 통제방안은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2190&code=11131900&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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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