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저 도착 박근혜에 소주병 날아와.. 경호원들 "엄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던 도중 누군가 소주병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던졌다.


▲24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던 도중 누군가 소주병을 던져 경호원들이 막고 있다. /SBS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꽃다발을 들고 마중 나온 아이를 포옹했다. 이후 마이크 앞에 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존경하는 달성구민 여러분, 그리고 대구시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 냈다”고 말하던 중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엄호해”라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 근처로 모여들었다. 카메라에는 박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 사이 도로에 깨진 유리병 파편이 보였다. 물건을 던진 건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으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약 1분간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 주위를 막아섰고, 이후 상황이 정리되자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으시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이야기가 끊겨서…라고만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朴 “대한민국 발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

그는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 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며 “24년 전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다.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달성군 관내 명칭들을 보면 유가, 구지, 다사, 하빈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며 “오늘 여러분을 만나뵈니까 지난날의 이야기 한가지가 떠올랐다”고 했다.

과거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한참 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갈 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인재들이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며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여러분과 같이 좋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코로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다”고 감사의 인사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에 대해 “방문한다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접하긴 했지만 직접 연락받은 건 없었다”며 “연락이 와서 박 전 대통령이 만남을 결정하면 그때 알리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분간은 건강 회복에 전념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에 관해서는 “언론에 알려드릴 수 있으면 그때 알려 드리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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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