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잃고 실려와, 전사자로 가득..러군 생지옥 벨라루스 병원

벨라루스 남부 병원들,
러시아 부상병들로 아우성
전사자 시신, 외부 시선 피해
심야에 러시아로 이송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벨라루스 남부 지역 병원들이 끝없이 밀려드는 러시아군 부상병과 전사자들로 ‘생지옥’이 됐다. 병실은 물론 복도까지 부상자들이 넘쳐나고, 일부 병원에선 병상이 모자라 일반 환자들을 강제 퇴원시키기까지 했다. 영안실은 이미 포화 상태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병력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벨라루스 병원 의료진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과 전쟁 장기화로 예상보다 큰 곤경에 빠졌을 것이란 추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 군인들이 1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마련한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다.

19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와 자유유럽방송에 따르면 전투 중 부상당한 러시아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북부 전선과 가까운 벨라루스 접경 도시 호멜과 마지르 등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비밀리에 본국으로 이송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불과 30㎞ 떨어진 나로울랴에는 야전병원도 세워졌다.

마지르 지역 소식통은 “수많은 러시아 부상병이 팔과 다리, 눈, 귀를 잃은 채 병원으로 실려 왔다”며 “너무 늦게 도착해 부상 부위를 치료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고 DW에 말했다. 또 “몇몇 군인들은 5일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극심한 공황에 빠져서 러시아에 있는 부모와의 전화통화를 간청했다”며 “그중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군에 입대한 2003년생 어린 병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호멜 지역에선 주요 병원 3곳이 러시아군 치료를 전담하고 있는데, 하룻밤 사이 외과 수술 50여 건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 병원은 병상이 부족해지자 이달 초 일반 환자를 퇴원시켰다. 심지어 암 전문 병원에서도 병사 400명이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유럽방송은 “병원 측이 러시아 병사들에게 필요한 물티슈, 비누, 샴푸, 물, 옷 등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병원 영안실은 전사자 시신으로 가득 찼고, 무수한 시신들이 본국으로 옮겨지고 있다. 호멜에서만 13일 기준 약 2,500구가 러시아로 이송됐다는 의료진 증언이 전해졌다. 마지르 기차역에선 검은 시신 가방이 러시아 국영 열차에 실리는 모습이 현지 승객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한 의사는 “이전에는 시신을 구급차로 옮겨서 러시아행 열차에 실었는데 누군가 이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에 올린 뒤로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심야 시간에 시신을 옮기고 있다”고 자유유럽방송에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19일 러시아군 사망자 수가 1만4,200명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정보당국은 이 숫자를 7,0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두 나라 간 통계 차이가 커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현지 전언에 비춰볼 때 러시아군 병력 손실은 최소 수천 명대에 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는 피해를 감추는 데 급급하다. 이달 2일 기준 전사자 498명, 부상자 1,597명이라고 발표한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벨라루스로 얼마나 많은 전사자와 부상자가 이송됐는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와 벨라루스 정부가 의료진 입단속을 하는 탓이다. 한 소식통은 DW에 “러시아군을 치료한 의사들은 비밀 유지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벨라루스의료연대재단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파견돼 있고 모든 병원은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다”며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은 보복이 두려워 자신들이 보거나 경험한 일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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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