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표지판 떼내는 우크라 "지리 어두운 러軍을 지옥으로"

러시아군이 깊이 진군할수록 저항 더 강해져
BBC "미 아프간·이라크처럼 장기화할 수도"

“역사적으로 봤을 때,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기가 더 어렵다… 러시아군이 깊숙이 진군할수록 더 강한 저항을 맞닥뜨릴 것이다.”

26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전하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BBC는 “미국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예상보다 강한 초기 저항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민간인들이 총기를 들고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이 본격화한 가운데,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러시아에 맞서 싸우기 위한 집단 움직임이 일고 있다. BBC는 26일 수도 키예프 현지 상황을 묘사하며 “청바지, 체육복 등을 입은 남자들이 ‘나라를 지키겠다’며 장전된 총을 들고 거리 곳곳에 서 있었고, 배달 트럭·트랙터 등이 도심 곳곳 주요 진입로들을 차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교복을 깁던 봉제공장 근로자들은 전투를 위한 모래주머니를 꿰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도로청은 페이스북에 “도로표지판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의 작전을 교란하자는 것이다. 이어 지방 정부, 지역 공동체 등에 표지판 제거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면서 “러시아군은 이곳 지리를 잘 모른다. 그들이 지옥에 가게끔 하자”고 했다.

우크라이나인의 거센 저항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안드리 자고로드니우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1월 9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러시아 점령군은 전투경험으로 다져진 의욕적인 적과 맞서게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인은 조국을 위해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썼다.

기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제사회학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3일부터 11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우크라이나인 3명 중 1명은 ‘러시아 침공 시 무장 저항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시민저항에 참여하겠다’는 답은 21.7%로, 절반(50.2%)이 넘는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 침공에 저항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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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