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없는 '유령부대'..8년전 크림때처럼 또 우크라에 떴다

선관위 실명·사진 없는 현수막 대부분 허용
여야 김혜경·김건희 논란 현수막 소재 타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공화국들을 주권 국가로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병을 명령하면서, 이번 사태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의 수순을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이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입성하기 시작했다. 요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WP와 인터뷰에서 “전면적인 침공 단계라고 볼 순 없지만,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부대 소속을 알 수 없는 군 병력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파병을 승인한 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내 도네츠크시 외곽에서 소속이 확인되지 않는 약 5대의 탱크가, 다른 마을에선 2대의 탱크가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크림반도 강제합병 당시 부대마크와 인식표를 제거한 채 활동했던 ‘리틀 그린맨’(little green man)이 다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리틀 그린맨이라 불린 의문의 부대는 지난 2014년 얼굴 전체를 감싸는 바라클라바를 쓰고 크림반도 점령의 일선에 섰다. 당시 서방에선 이들이 러시아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군복 등 장비는 상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후 2015년 푸틴 대통령은 이들이 러시아군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약 100㎞가량 떨어진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군용차량과 군인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이들의 군복에는 이름과 계급 등을 포함해 아무런 휘장이 없고, 차량에는 부대 마크나 번호판이 없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내세운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러시아어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 승인 및 파병 명분도 지난 2014년을 떠올리게 한다.
21일 푸틴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후 대국민 담화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2014~2015년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 전격전을 벌이려 하고 있다. 지역 거주민들이 연일 포격을 받고 있으며, 공격용 무인기(드론)‧중화기‧미사일‧대포 등이 동원되고 있다”며 현지 러시아계 주민들이 위급 상황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강탈당했다”며 해당 지역이 ‘원래 러시아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1일 러시아 상원에 크림반도에서의 무력 사용 승인을 요청하면서도 비슷한 명분을 내세웠다. 그는 당시 “우크라이나에 조성된 비상 상황과 관련해 러시아 주민 및 교포들의 생명에 대한 위협을 고려해 정치·사회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군사력 사용에 관한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3월 18일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하기 전 연설에서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역사적 유산’이라고 규정하며 “1954년에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양도한 것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소비에트연방) 공산당 서기장의 개인적인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크림에 이어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까지 병합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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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