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 완패' 박항서호 베트남, '집중력 부족'과 '편파판정'이 문제였다

▲아세안축구연맹(AFF) 공식 트위터 캡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수비 실수와 집중력 부족을 이겨내지 못하며 태국에 준결승 1차전을 내줬다.


23일 밤 9시 30분(한국시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20 준결승 1차전을 가진 베트남이 태국에 0-2로 패했다.


스즈키컵 2018 우승팀인 베트남은 이번 대회 B조 조별리그에서 3승 1무 무패 행진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9득점 무실점으로 탄탄한 수비를 펼쳤다. 태국과 최근 상대 전적에서도 1승 2무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초반부터 집중력 부족을 보이며 흔들렸다. 선제 실점도 베트남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전반 14분 웅우옌 홍 주이가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지며 태국의 패스를 그대로 흘려보냈고 이것이 차나틥 송크라신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공격진에서도 선수들 간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베트남 에이스 응우옌 꽁푸엉은 전방에서 고립됐고 웅우옌 반 또안도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골대를 강타한 웅우옌 꽝 하이의 프리킥을 제외하면 공격 기회가 거의 없었다.


후반전에는 전반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문전에서 집중력은 여전히 아쉬웠다. 후반 21분에는 꽝 하이의 왼발 슈팅이 다시 한 번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후반 34분에는 꽝 하이의 완벽한 패스를 판 반 둑이 부정확한 슈팅으로 날렸다.


후반 37분에는 뒤늦은 수비로 페널티킥을 내주기도 했다. 도 주이 마인이 수파차이 차이디드를 막으려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반칙을 범했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쩐 응우옌 마인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수비 집중력은 경기 끝까지 아쉬운 부분이었다.


▲ 계속되는 편파 판정에 아쉬워하는 박항서 감독 [AFP=연합뉴스]

하지만 무엇보다 이날 경기 눈살이 찌푸려진 것은 다름 아닌 심판 판정이었다. 어떤 스포츠든 심판이 경기를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담당한 카타르 국적 사우드 알 압다 주심은 연거푸 태국에 유리한 판정을 내놓으며 박항서 감독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전반 18분 나온 양 팀의 신경전부터 판정이 심상치 않았다. 볼 다툼 과정에서 태국 티라쏜 분마탄이 의도적으로 팔을 사용해 상대를 가격하는 장면, 베트남 주장 꿰 응옥 하이가 상대 얼굴에 공을 강하게 차며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양 팀 선수 모두 경고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심의 노란 카드는 엉뚱하게도 벤치에서 열을 올린 알렉산드레 폴킹 태국 감독에게 향했다.

뭔가 꺼림칙한 판정이었지만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었기에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이 모두 골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장면서 나오면서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전반 43분 태국 붓프롬 골키퍼가 공을 무리하게 처리하러 나오다가 빠르게 달려온 베트남 응우옌 반 또안과 뒤엉켰다. 한발 늦은 붓프롬 골키퍼는 오른팔로 반 또안을 잡아챘다. 파울이 아니었다면 소유권은 베트남 것이었고 골대는 비어있는 결정적 기회였다 . 레드카드가 나올 법한 상황. 하지만 경고에 그치며 태국에 관대한 판정이 나왔다.

후반 25분에는 부심마저 ‘수준 미달’ 판정을 보여줬다. 박항서 감독의 교체카드 하 득 찐이 좋은 움직임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내 1대1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판정은 오프사이드. 물론 하 득 찐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히긴 했지만 휘슬이 불리지 않았다면 이어진 세컨볼 상황에서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베트남 선수들이 있었다.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적용되지 않는 스즈키컵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박항서 감독이었다.

이어진 후반 막바지에는 페널티킥을 두고 오심이 연거푸 터졌다. 후반 37분경 베트남 페널티박스 안에서 도 주이 마인과 수파차이 차이디드가 볼 경합 과정에서 쓰러졌다. 두 선수가 거의 같은 타이밍에 볼 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였지만 심판 판정은 페널티킥이었다. 송크락신이 실축하며 베트남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분명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오심의 백미는 후반 추가시간 2분에 나왔다. 베트남에게 페널티킥이 주어져야 할 장면이 연이어 두 번 연출됐다. 먼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꽝 하이가 트리스탄 도의 오른발에 걸려 넘어졌지만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이어 다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위라텝 뽐판이 자신이 찬 공에 자신의 왼팔이 맞는 핸드볼 장면이 나왔다. 알 압다 주심은 이 모든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박항서 감독은 두 손을 번쩍 들며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미 이뤄진 판정에 대해 박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스즈키컵 준결승과 결승은 모두 2경기에 걸쳐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은 1차전을 패하더라도 만회골을 넣고 안넣고가 정말 중요한 상황. 연거푸 나온 페널티킥이 가능한 장면 중 하나만 휘슬이 불렸다면 천금같은 만회골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기회를 심판이 자체적으로 쳐냈다.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이다.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합리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판정이 나와야한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주관한 카타르 주심은 ‘수준 미달’의 끝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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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