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멤버십 58% 인상 …"부담된다" vs "여전히 저렴"


쿠팡이 회원제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58%가량 인상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공세가 가속화되면서 수익성 확보가 더욱 절실해지며 내린 결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요금 인상에 따라 가입자가 이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멤버십 혜택이 무료 배송 서비스부터 무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12일 쿠팡은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변경된 요금은 13일부터 신규 가입하는 회원에게는 즉시 적용된다. 기존 회원은 오는 8월부터 변경된 가격이 적용된다.

쿠팡이 2018년 10월 출시한 와우 멤버십은 무료 배송·배달·직구, 무료 반품과 무료 OTT를 포함한 서비스다. 현재 와우 멤버십은 신선식품 무료 새벽배송(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당일배송 등 각종 무료 서비스 외에도 와우회원 전용 상품 할인 등을 포함해 약 10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유통 업계에서는 쿠팡의 가격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이커머스와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누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쿠팡 멤버십이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은 아니라서 충성고객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추가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있었다"고 전했다. 쿠팡은 2021년 12월에도 멤버십 요금을 2990원에서 499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이번 가격 변동을 두고 이용자 의견은 갈리고 있다. 먼저 ▲로켓배송 무료배송 ▲로켓직구 무료배송 ▲로켓프레시 ▲와우전용할인가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묶음 배달 무료 배송 등 쿠팡 와우 회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고려하면, 이번 요금 인상이 멤버십 이탈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와우 멤버십 회원들은 3번만 로켓배송(3천원x3회)을 주문해도 월 요금 이상 이득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이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공세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익성을 높여 체력을 비축하겠다는 포석이란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물류센터에 3조원대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한국에 1조5000억원대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공개한 직후 이뤄진 결정이다. 회원 1400만명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쿠팡이 연간 추가로 창출할 수 있는 매출은 약 4900억원이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침투하고 있어 쿠팡에도 맞불 작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충성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년 가격 인상 당시 가입자 이탈은 비교적 미미했다. 단기적으로 일부 가입자가 빠져나갔으나, 소비자는 빠르게 가격 인상에 적응했다. 쿠팡 멤버십 가입자는 2021년 12월 가입자가 900만명에서 불과 1년 뒤 1100만명까지 늘어났다. 그럼에도 이번 인상폭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강 모씨(35)는 "일반적으로 이커머스에서 택배를 보내며 책정하는 요금이 3000원 수준이라, 5000원이 안 되는 현재 요금제에선 월 2회만 배송을 시켜도 이득이었지만 앞으로는 본전을 뽑으려면 최소 3번은 주문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 격화도 달라진 부분이다. 중국 직구 애플리케이션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고 대대적 프로모션 비용을 집행하며, 월 회비도 받지 않고 상당수 상품을 무료 배송하고 있다. 주부 전 모씨(40)는 "알리에서 최근 1만원짜리 고기를 시키면서 무료로 배송받았다"며 "쿠팡에서 신선식품을 무료로 배송받으려면 1만5000원의 최소 주문 금액을 채워야 하는데, 월 요금까지 올린다고 하니 매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OTT, 배달 등 쿠팡 멤버십에 포함된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층에서는 감내할 만한 가격 인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쿠팡의 7890원짜리 와우 멤버십에는 쿠팡플레이도 포함돼 있다. OTT 가격만 놓고 봐도 경쟁사 대비 여전히 저렴하다. 프리미엄 화질 기준 주요 OTT 월간 서비스 가격을 보면 넷플릭스와 티빙은 1만7000원, 유튜브 프리미엄은 1만4900원(뮤직 스트리밍 포함), 디즈니+는 1만3900원이다.

쿠팡 측은 "무료 배송을 포함한 각종 무료 서비스와 상품 할인,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을 통해 지난해 약 4조원의 비용절약 혜택을 와우회원에게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이번 가격 변동으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 신세계 유니버스클럽, 컬리멤버스 등 타사 멤버십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네이버 플러스멤버십은 월 4천900원에 ▲네이버쇼핑, 예약, 여행 최대 5% ▲멤버십 전용 할인 ▲멤버십데이 ▲패밀리 3명까지 추가 ▲마이박스 80GB 무료 ▲티빙, 네이버웹툰, 시리즈 등 콘텐츠 선택 이용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의 경우 연회비 3만원에 ▲3만원 SSG머니 ▲SSG닷컴 ▲이마트 ▲지마켓, 옥션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계열사 할인, 추가 적립 등을 준다. 컬리멤버스의 경우 월 이용료 1천900원으로 ▲적립금 2천원 ▲할인 쿠폰 최대 2만4천원 ▲구매 적립률 최대 7% ▲컬리멤버스 단독 특가 ▲롯데시네마, 커피빈, CU편의점 제휴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한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쿠팡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간접적인 고객 유입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최근 소비자들은 멤버십을 여러 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영향이 얼마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여태까지 많은 손해를 보면서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해 온 만큼, 이번 가격 변동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멤버십 요금이 올랐어도 여전히 국내외 주요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인기 서비스와 비교할 때 혜택 대비 요금은 반값 이하로 경쟁력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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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