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간판' 때문에…" 출혈경쟁 속 카페 점주들 '한숨'

 "힘들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합니다. 솔직히 요즘엔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요즘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일터 근처에 다다르면 보이는 '노란 간판' 때문에 입맛이 쓰다.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 약 5개월 전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메가커피 매장이 들어선 후 음료 매출이 반토막 났다. 내심 단골들은 계속 찾아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안면 있는 손님들 손에 메가커피 테이크아웃 잔이 보일 땐 가슴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위로 치밀어 오르는 듯하다.


▲ 도심의 한 건물에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카페가 밀집해 있다.

카페업계의 '치킨 게임'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커피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카페 수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상권이 제한된 탓에 한 구역에 여러 카페가 난립해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커피들의 공격적 확장 정책으로 개인 카페와 중저가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타격이 극심하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년간 신규 카페 수가 45% 늘어날 동안 폐업 카페 수는 181%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진입장벽도 낮아 카페 창업이 늘었지만, 그만큼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폐업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커피음료점의 평균 사업 존속연수는 3년 2개월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저가커피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이러한 경향은 더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메가커피 가맹점 수는 지난 2020년 말 1188개에서 올해 1월 초 기준 2757개로 3년 만에 2.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컴포즈커피 가맹점 수는 725개에서 2420개로 3.3배 급증했다. 저가 커피 매장이 늘어나며 주요 상권마다 커피 브랜드들이 밀집해 경쟁하는 모습도 흔해졌다. 이럴 경우 타깃층이 겹치지 않는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고가 프랜차이즈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지만, 개인카페와 이디야커피·할리스커피 등 중저가 프랜차이즈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2~3년 사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펴왔다. 점주들 사이에선 '우리의 적은 노란색'이란 말까지 돈다. 유명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의 간판이 모두 노란색인 데서 유래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출혈 경쟁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점이다. 김광부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장은 "결국 '돈 되는' 상권은 정해져 있고, 그곳에서 팔 수 있는 물량도 한계가 있다. 카페가 3곳에서 4곳으로 늘면 결국 3명이 나눠 먹던 것을 4명이 나눠 먹게 되는 셈"이라며 "저가 커피의 경우 낮은 가격으로 파는 양 자체는 많을 수 있지만, 마진이 낮아 생각보다 이득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누가 먼저 망하나 기다리는 꼴인데, 다 같이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출점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협의회장은 "출점 제한 등 카페 간 과도한 경쟁을 막고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은 카페 옆 카페, 카페 위 카페도 흔하게 보인다. 길 하나를 두고 같은 브랜드 커피가 마주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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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