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6개월 이상 금리 인하 어려워…부동산 부작용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도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을 시사했다. 6개월 이상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개인 의견을 피력하며 금리를 낮출 경우의 부동산 시장 부작용을 우려했다.

태영건설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 우려에는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한은이 나설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동산 연착륙에 도움을 주는 정책으로 평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2월에 이어 8차례 연속 동결로 금통위원 전원 일치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에 대해 꺾이지 않은 물가를 우선 꼽았다. 그는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의 해외 리스크가 완화됨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3%대로 내려왔지만, 8월 3.4%를 기록한 후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간담회 내내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6개월 내로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6개월 이상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 연준의 금리 결정과 유가 안정,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를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리를 낮출 경우 주택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해 물가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에 따른 부동산PF 위기 고조에 대해서는 "태영 사태가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태영 사태는 다른 건설회사와 차별화가 높은 케이스로 부동산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경우"라면서 "우량 회사채에도 영향은 없는 만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중개대출 한도 증가가 부동산PF 불안 때문에 도입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태영건설 사태와는 무관하다"면서 "상당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취약 지방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선별적, 한시적으로 하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9조원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계부채 안정화 방안에 대해서는 집값 기대를 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부채는 1095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상태다.

이 총재는 "규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하향 조정되야 한다"면서 "미국은 대출이 집값의 70~80%에 달하는데 가계부채가 높지 않은 것은 집값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기도 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 등이 가계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책금융보다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예측이 중요한 만큼 고금리 기조를 장기적으로 가져가서 부동산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층의) 무주택과 저출산을 고려할 때 제도 자체는 좋지만, 소득 수준이 안되는 대출자를 도와주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시 금리가 올라갈 때는 도움을 준 것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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