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박은 끝났다…韓 집주인들 추락 위험" 외신 진단

▲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 세계 수백만에 부를 창출한 '부동산 대박'은 이제 끝났다."

고금리로 인해 전 세계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현상이 향후 10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돌입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가장 높아 위험하다는 평가다.


美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 얼어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 시달릴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산하의 경제 분석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1년 2.65%였던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는 앞으로 10년간 평균 약 5.5%에 다다를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저금리 때 주택을 매입한 소유자들이 고금리로 공급물량을 내놓지 않으면서 신규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매매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 금리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를 맞은 2010년 이후 최소치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英 모기지 보유자 25% "주택 내놓을까 고려".


주택 소유자의 모기지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다른 부분의 지출을 줄이거나, 아예 주택을 급매로 내놓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모기지 보유자의 약 25%가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부동산 침체의 선행 지수로 여겨지는 경매 건수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38건으로,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 5개월 만에 월별 최다를 기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황금기는 지나갔다"며 "금융위기 이후 주택을 구입했다면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많은 자산을 축적했지만, 향후 10년은 더디게 흘러갈 것"이라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벤자민 키스 교수도 "주택시장이 빙하기 초기 단계에 있다"며 "조만간 해빙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가계부채 비중 높아 리스크 상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가 임대인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고금리로 전세 매력이 떨어지면서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증금 규모가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전세자금 8000억달러(약 1030조원)를 포함하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57%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집주인의 추락과 싸우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한국 집주인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최근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 계약은 집값과 전세 보증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때(2021년) 체결되었기 때문에, 임대인의 채무 불이행 위험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