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볼까 불안" 모자이크도 없다…SNS 뜬 충격 '전쟁영상'

16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가자지구 영상’ ‘이스라엘 전쟁’ 등을 키워드를 검색하자 자극적인 영상이 쏟아져나왔다. 의식을 잃은 이들이 건물 곳곳에 방치되어 있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한 중동인이 만든 계정에 등장하는 영상이다. 갓난아기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영상·사진도 연이어 나왔다. 한 이스라엘인의 틱톡 계정에도 민가를 향해 총을 쏘는 하마스 대원들의 모습이 여과없이 등장했다. ‘시청에 주의하라’는 경고 메시지나 별도의 모자이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지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하마스 공격으로 폐허가 된 경찰서 건물의 모습.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자극적인 전쟁 영상이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SNS 등에 ‘이스라엘 전쟁’ ‘가자지구’ 등 키워드만 입력해도 영상이 노출되는 탓에, 의도치 않게 영상을 접한 시민들의 트라우마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폭격 당시 사람들이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영상을 본 대학생 이모(23)씨는 “국제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다 폭격 당시 영상을 보게 됐다”며 “구조대가 없어서 사람을 건물에서 빼내지도 못 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영상 속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며 말끝을 흐렸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학생들도 전쟁영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쟁 피해 모습을 틱톡을 통해 보게 된 중학생 정모(13)양은 “전쟁이 처음 일어났을 때 몇 번 검색하고 나니 다음부턴 자동으로 영상이 추천됐다”며 “숫자로 몇 명이 사망했다는 걸 읽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라 영상을 본 날엔 잠을 못 자고 뒤척였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실수로라도 영상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심모(38)씨는 “나도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마음이 안 좋은데 아이가 이런 영상을 볼까 불안하다”며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스스로 유튜브를 볼 수 있는데, 어플을 강제로 삭제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타국의 전쟁처럼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어도 영상과 사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트라우마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영화와 달리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 트라우마처럼 회피 행동이나 불안 증상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뇌 발달이나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견디는 힘이 약하고, 아동은 미디어에 묘사된 폭력을 반복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공격성을 학습하기도 한다”며 “잔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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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