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여금이요? 월급만 제때 나와도 다행이에요”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한숨짓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월급이라도 제때 나오면 다행이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명목임금)은 373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명목임금은 지난 2월부터 5달째 전년 동월 대비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물가를 고려한 월평균 실질임금이 4개월째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를 말한다. 노동자가 지불받는 임금의 가격을 단순히 화폐액으로 표시한 것이 명목임금이고, 실질임금은 그 명목임금으로 실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수량으로 나타낸다.

이런 실질임금은 6월 기준 336만6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0.6% 줄었다.

근로자 실질임금은 지난 2월 0.7% 반짝 증가한 뒤 바로 다음 달인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4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봐도 동일한 추세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1~6월)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9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만2000원)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361만3000원) 대비 1.5%(5만5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소비자 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상승한 영향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 4%대에서 지속 둔화하며 4월(3.7%) 3%대로 떨어졌고, 6월(2.7%) 2%대로 내려와 7월(2.3%) 2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7월 이후 줄곧 오름세인 데다, 폭우·폭염 등으로 농산물 가격도 오르면서 지난달 3.4%로 상승 폭이 다시 확대했다.

제때 월급만 나와도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다. 올 상반기 임금체불액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1년 전보다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밝힌 올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8232억원으로, 전년 동기(6655억원) 대비 23.7% 증가했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 원자재 가격사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임금체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임금체불 비중은 △2020년 17.6% △2021년 19.4% △2022년 21.7% △2023년 7월 현재 23.9%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인데, 사업주들은 그들대로 올 추석 자금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2023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추석 대비 올해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26.9%로, '원활하다'고 응답한 기업(15.8%)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사정이 곤란한 원인(복수응답)으로는 '판매·매출 부진'이 77.7%로 가장 높았다. '인건비 상승'(36.7%), '원·부자재 가격 상승'(33%), '대금회수 지연'(11.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중소기업계가 올해 추석 자금으로 필요한 금액은 평균 1억1560만원이지만 이에 비해 1280만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불법행위"라며 "전국 48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관내 단 한 명의 근로자도 체불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