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사라진다”…은행에 이어 보험사도 門 닫아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내몰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사라지는’ 분위기다.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 이후 금융사들이 잇따라 신규 취급 중단 등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0년 주담대 제한 움직임이 빨라짐에 따라 수요자들의 대출 심리가 자극되는 이른바 ‘막차 행렬’도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날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일 한화생명에 이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까지 판매를 중단함에 따라 보험사 중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에 앞서 은행들도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 ‘한도 축소’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NH농협은행은 50년 주담대 상품을 취급한 지 두 달도 안 돼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어 BNK경남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판매를 중단했고, BNK부산은행은 아예 출시 일정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판매는 이어가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을 못 이기고 다양한 수단으로 ‘목줄 죄기’에 나선 은행들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 신청·약정 건부터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의 50년 만기 주담대는 앞으로 만 34세 이하만 선택할 수 있다. 45년 만기는 만 35~39세만, 40년 만기는 만 40세 이상만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45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할 당시 ‘만 39세 이하’ 나이 조건을 뒀었다. 그러다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며 나이 제한을 없앴지만, 이번 조치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수협은행과 대구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나이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는 모든 은행에서 50년 주담대 한도가 수천만 원 이상 줄어들게 된다. 50년 만기 상품을 40년 만에 갚는 것으로 가정하는 새로운 DSR 산정 방식이 추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주요 은행의 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으며, 조만간 이를 포함한 ‘50년 만기 주담대 개선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방침이다.

산정 만기를 축소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 DSR이 오르게 된다. 예컨대 6500만 원 연봉자가 연 4.5% 금리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때 기존 약정 만기(50년)대로 DSR 40%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는 최대 5억 1600만 원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대출자가 50년 만기를 주담대를 받더라도 새 방식에 따라 만기를 40년만 적용받게 될 경우에는 대출 한도는 최대 4억 8100만 원 수준이다. 기존 방식보다 3500만 원(약 7%)의 한도가 깎이는 셈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손보고 나서면서 발생하는 이른바 ‘막차 수요’다. 현재 판매를 진행 중인 은행이라고 해도 언제든 취급을 중단할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대출을 받자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점검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9일에서 지난달 21일까지 7영업일 만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상품(50년 주담대)에만 약 1조 원 넘는 금액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50년 주담대 막차 행렬 영향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도 무려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 8120억 원으로 7월(679조 2208억 원)보다 1조 5912억 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5월, 1년 5개월 만에 처음 늘어난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 폭 역시 지난 5월(1431억 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확대됐고, 2021년 11월 이후 최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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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