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60억弗 푼다… 조건은 미국인 석방"


미국이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2년 넘게 협상을 진행한 끝에 미국이 이란 교도소에 수감된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달러(약 7조8900억원)의 동결을 풀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란 측은 간첩 혐의로 수감된 시아마크 나마지, 에마드 샤르기, 모라드 타바즈 등 미국인 5명을 가택연금 상태로 전환했다.

가택연금 중인 이들은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이 해제돼 이란 측이 돈을 받으면 최종 석방된다. 동결 자금 60억달러는 카타르중앙은행 계좌로 옮겨질 예정이다. 카타르 정부의 통제를 받는 이 계좌는 의약품·식품 구매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분쟁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미국인들은 돈이 카타르은행 계좌에 들어오면 이란을 떠날 수 있게 된다"며 "거액의 돈을 옮기기 위해서는 제재 면제 및 허가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4~6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은 2010년부터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고 이듬해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과 이란 간 교역 및 금융거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은 약 70억달러(약 9조21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번 미국인 석방 대가로 이란이 무엇을 얻게 될 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가 귀국할 수 있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對)이란 제재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란인을 석방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아드리엔 왓슨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란이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을 석방했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고무적인 조처지만 이들은 애초부터 구금돼선 안 됐다. 우리는 계속 이들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최종 석방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민감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미국 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NYT는 "동결 해제된 이란 자금이 이란혁명수비대(IRGC) 손에 들어가 중동 지역의 무장 세력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동결 자금에 대한 이란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비난해왔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