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난항’ 최저임금…업종별 차등적용·주휴수당은?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심의 과정에서 어느 해보다 큰 갈등을 빚으며 역대 최장기간 심의기록을 경신했다. 격해지는 갈등의 배경에는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인건비 부담을 버티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등을 통해 사용자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심의 과정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차등적용 심의는 해마다 진행돼 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논의가 치열했다. 경영계가 일부 업종에서 더 이상 최저임금을 지키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다며 일괄 적용에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업종별로 차등 적용한 것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이후 특정 업종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 사업에 동일 임금이 일괄 적용됐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농업·음식숙박업·프랜차이즈 편의점·택시운송업 등 특정 업종에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업종별 차등적용은 법적 근거가 있어 도입 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업계으 요구에도 업종별 차등적용을 위한 도입 준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논의에 진척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하려면 업종을 세세하게 분류한 임금 통계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는 실정”이라면서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에서도 지적됐던 사항이지만, 여전히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사회적 갈등만 키웠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주유소, 편의점 등 인건비로 인한 경영부담이 큰 업종이 실제로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에 대한 논의 기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정확하고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한 사업장이 여러 업종으로 등록해 실제와 다른 업종으로 운영하는 등 제도적 허점도 많다는 점에서 혼란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영세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주휴수당이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말에 일하지 않아도 하루를 일한 것으로 보고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한 근로자의 월 실제 근무 시간은 174시간이지만, 쉬는 날인 토요일도 일한 시간으로 계산돼 209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86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832원에 달한다는 것이 경영계 주장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주휴수당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를 한꺼번에 수 명씩 고용하는 일도 벌어지는 실정이다.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150만명에 넘어서는 등 ‘고용의 질‘ 후퇴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크다.

다만 주휴수당 폐지는 저임금근로자의 직접적인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휴수당 폐지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률은 약 18% 수준이라는 점에서 최소 20% 이상의 인상이 이뤄줘야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을 막을 수 있다”면서 “주휴수당 폐지 검토에 앞서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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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