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년 만에 드디어…"신차급 중고차만 판다"


2년 넘게 연기를 거듭해온 현대자동차 중고차 판매 사업이 오는 10월 개시된다. 2020년 10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지 꼭 3년 만이다. 현대차가 인증 중고차 판매에 들어가면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첫 사례가 된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20여 곳이 이 미 직접 인증한 중고차를 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차 거래의 두 배, 연 30조원 규모에 달하면서도 소비자 불신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0월 대대적 마케팅 돌입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판매 개시 시점을 오는 10월로 잡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월 전후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기 위해 관련 업체들과 협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 일정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현대차는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려난 2020년 시장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업계의 반발과 이를 수용한 정부의 제동으로 2년 넘게 표류했다. 올 1월 시범 운영을 거쳐 5월 사업 개시가 가능해졌지만, 이번엔 중고차 시장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급격한 금리 인상, 신차 생산 정상화 등으로 작년 말부터 중고차 업황이 나빠지면서 현대차로선 서둘러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약해졌다. 올 하반기까지 사업을 연기한 배경이다.

우여곡절이 길어지자 일각에선 올해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연내 사업을 본격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초 신년회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불신 휩싸인 시장에 ‘날개’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크게 반기고 있다. 현대차는 5년 이내이면서 누적 주행거리 10만㎞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을 사들여 이 중 200여 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신차급 중고차’만 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보험개발원 등의 정보를 한데 모아 시장에 나온 전체 매물의 성능과 사고 이력, 침수 여부 등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포털도 만들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불신에 휩싸였던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바뀔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연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66%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찬성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상의 허위 성능 점검과 미끼 매물, 불투명한 시세 등에 지친 결과다.

수년간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해온 기존 업계에서도 이젠 긍정적인 분위기다. 한 중고차업체 관계자는 “업계 내부적으로 정화 노력을 해왔지만 소비자 불신이 여전히 크다”며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인식 전환과 시장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가 판매 대수를 전체 중고차의 최대 4.1%로 제한하기로 한 점도 기존 업계의 반대를 누그러뜨렸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수익보단 신차 가격 방어, 판매 후 운행 데이터 확보 등의 부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판매 방식은 온라인에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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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