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폭락했으니 반등에 베팅?...몰려든 불개미 거래량 70배 폭증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시작된 차액결제거래(CFD) 매도 폭탄 여파가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의심되는 주가조작 세력과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이날 ‘SG증권 사태’로 주가 폭락를 겪고 있는 8개 종목 중 3개 종목은 이날도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27일 오전 9시부터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 명의로 된 업체, 혐의자들의 주거지, 강남구에 위치한 골프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세 조종 의혹 관련) 다수의 장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검경에 따르면, 전날 경찰은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200여 대를 압수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5일 “투자자들이 찾아와 다툼을 벌인다”는 신고를 받아 해당 사무실로 출동했고, 여기에서 휴대전화와 다른 증거품들을 압수했다. 현장에는 투자금을 잃었다는 투자자 수십 명이 모여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이들이 주식 거래에 활용했을 압수물들을 분석 중이다. 금융위의 압수수색이 경찰 압수 이후 의심되는 정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하루 전인 24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 조작 세력 일당으로 의심되는 10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은 금융위가 시세 조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로 넘겨받아 수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이들 일당의 사기와 횡령, 범죄수익 은닉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한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선광, 하림지주,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이 지난 24일부터 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며 하한가 행진을 기록하는 등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8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해 4월부터 강세를 보이며 이달 초까지 1년여간 급등세를 보였다.

매도 폭탄이 이뤄질 즈음 제보를 받아든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이 ‘통정거래’를 통해 일부 종목의 주가를 상승시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정매매는 특정 주식의 거래가 성황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사전에 약속하고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SG증권 사태 또한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을 인지한 세력들이 급히 종목을 팔아치우며 주가가 폭락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한 금융위는 본격적으로 관계자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주가 폭락을 겪은 8개 종목 중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선광은 이날도 하한가를 기록해 4일 동안 76%(21일 종가 대비) 하락했다. 연속 하한가를 피한 종목들도 주가 하락세를 벗어나진 못했다. 전날 하한가가 풀린 삼천리도 4일 동안 75% 하락했고, 전전날부터 하한가가 풀린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각각 44%, 42% 하락했다.

다만 대부분 종목에는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들어왔다. 개인투자자가 4일 동안 다우데이타(순매수액 382억원), 하림지주(296억원), 세방(245억원), 삼천리( 194억원)를 사들였다. 개인의 매수세 덕에 하림지주는 하한가를 하루만에 탈출했고, 다우데아타와 세방은 이틀만에 벗어났다.

저가 매수세에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특히 삼천리는 상장주식수가 405만주인데 이날 하루 거래량이 305만주로 치솟았다. 전날 거래량 4만주보다 7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서울가스도 상장주식수가 500만주인데 하루 거래량이 191만주에 달했다.

이번 사태의 피해 여파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가 폭락을 겪은 도시가스주에 투자한 연기금도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작년 초부터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1일까지 서울가스(524억원) 대성홀딩스(524억원) 삼천리(344억원)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자금을 위탁한 운용사들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데 문제가 된 종목을 담은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 중형주 지수에 포함돼 있다. 세 종목이 수년에 걸쳐 우상향하면서 연기금도 이들 종목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이들 종목이 중소형주인 만큼 투자 비중은 작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문제가 된 종목들의 경우 유동주식물량이 적어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에는 포함되기 어렵다”며 “하지만 규모별 지수는 시가총액 크기에 따라 모든 종목이 대·중·소 가운데 하나에는 포함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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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