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대 승자" 외신도 감탄…K방산 연이은 '수주 잭팟'


국내 주요 5개 방산업체의 수주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K방산 제품의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부각된 덕분이다. 세계 각국이 방위비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주요 방산업체가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대우조선해양, 현대로템 등 5개사의 방산 수주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00조4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K9 자주포 등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액이 52조658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AI 24조5961억원, LIG넥스원 12조2651억원, 대우조선해양(특수선 사업 부문) 6조4213억원, 현대로템 4조5423억원 순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5~6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한 무기 수요를 빨아들인 결과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세계 방산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2018년~2022년)은 2.4%로, 직전 5년(1.3%) 대비 두 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방산업체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은 역대 최대 이익을 냈다.

업계는 세계 주요국이 방위비 지출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올해도 작년을 뛰어넘는 ‘수주 잭팟’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10%), 일본(26%), 인도(13%) 등 주요국 대부분이 국방비 지출 예산을 늘렸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올해 방산 수출 목표를 사상 최대인 17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K방산의 경쟁력은 충분히 입증됐다”며 “방산업체 대형화를 통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 신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각국이 앞다퉈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K방산업체는 고품질 무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납기 지연 없이 공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도 올해 수출 목표를 역대 최대인 170억달러 이상으로 잡고 수출 붐 조성을 위한 총력 지원에 나섰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9 자주포를 폴란드에 수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 6조5396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대비 18%, 36% 증가했다. LIG넥스원도 천궁-Ⅱ 매출 호조 덕에 17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84.3% 급증한 수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진 못했지만 영업이익이 14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불어났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치를 작년(2조5623억원) 대비 37.3% 많은 3조8253억원으로 정했다.

방산업체 실적이 급증한 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업계 수출액은 170억달러(약 22조원)로, 역대 최대였던 2021년(70억달러)의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정부는 올해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돼 지난해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KAI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FA-50 1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폴란드로부터 124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따낸 지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 납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로템은 최근 폴란드에 K2 전차 5대를 예정보다 3개월 앞당겨 납품했다.

폴란드 외에도 헝가리, 불가리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 증액, 무기체계 현대화 등의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 영토는 더 넓어지는 추세다. 동남아에서도 과거 최대 무기 공급원이었던 러시아산 무기가 급감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산 무기의 성능이 좋지 않다는 게 입증됐고, 이에 따라 한국이 최대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동남아에서 중국의 무기 판매액은 5년 전에 비해 40%(2021년 기준) 줄었다.

방산 수요가 많은 유럽·중동 지역으로의 직접 진출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에 바르샤바 지부를 추가로 설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해외 지사를 열었다.

K방산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일부 지역에선 전통적 군사 강국인 독일과의 맞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육군의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 수주를 놓고 독일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출 계약은 최종 타결되기 전까지는 ‘살얼음판’이라고 말할 정도로 변수가 많다”며 “추가 수주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