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700만원 무인도, 2억 넘게 낙찰...알고보니 ‘0’ 잘못 썼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모도리 상두륵도.

지난해 하반기 토지경매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요자가 관심을 보였던 남해안의 무인도가 경매법정에 재등장했다.
감정가격이 700만원대에 불과했던 이 무인도는 2억3000만원대에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권리를 포기하면서 결국 3800만원대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

31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모도리 상두륵도가 전날 광주지법 해남지원이 진행한 경매에서 3880만원에 매각됐다. 상두륵도의 감정가는 779만9300원이었지만 11명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가율 497%를 기록했다.

이 섬은 작년 10월 말 51명이 경합한 끝에 2억3459만4100원에 매각된 바 있다. 낙찰가율이 무려 3000%에 달해 경매시장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섬의 낙찰자는 잔금을 미납했다. 낙찰자는 응찰 당시 단위 입력을 잘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표에 2340만원을 적었어야 했는데 실수로 2억3400만원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상두륵도는 모도의 남서향에 자리 잡은 부속섬이다. 모도는 토지면적이 23만㎡가 넘고 47가구(77명)가 거주 중인 지역이지만 상두륵도는 사람이 산 적 없는 작은 섬이다. 상두륵도의 토지면적은 3391㎡이고, 지목은 임야로 분류돼 있다. 용도는 보전관리지역, 가축사육제한구역, 준보전무인도서 등으로 구분돼 있다.

준보전무인도서란 해양수산부 장관이 일시적 출입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섬을 의미한다.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허가 대상 구역이자 산지관리법상 준보전산지에 해당한다. 그만큼 개발사업이 불가능하지만,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택 한 채 정도는 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섬이 경매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낙찰자가 낸 매각 대금으로 채무 관계를 해소한 뒤 취득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인지 의문인 데다가 배를 사고 정박지를 만드는 돈이 더 들 것 같다”며 “제약이 너무 많은 물건은 활용방안을 마련한 뒤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차차, ‘0’ 하나 더 썼네”…끊이지 않는 황당 실수


이처럼 원하는 가격보다 열 배 높은 금액에 낙찰받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성청담아파트 전용면적 90㎡가 126억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12억6000만원이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임야 1만5000㎡를 대상으로 열린 경매에서도 92억5100만원을 써낸 응찰자가 있었다. 시작가가 9억1300만원이었으니 낙찰가율이 1000%가 넘는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우네오빌 전용 60㎡은 감정가가 1억130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10억230만원에 팔릴 뻔했다.

낙찰자들은 잔금을 납부하지 않는 방법으로 매수를 피했다. 다만 입찰 보증금은 날리게 됐다. 통상적으로 보증금은 감정가의 10% 수준이다. 낙찰자를 제외한 응찰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근저당이 잡혀 있다면 몰취된 보증금은 채권자 손에 들어간다.

최저 입찰가격 할인도 이뤄지지 않는다. 감정가 그대로 다시 경매에 부쳐진다. 입찰자가 나오지 않아 유찰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낙찰가가 너무 높으면 차순위 응찰자에게 주어지는 차순위 매수신고를 할 수 없게 된다. 경쟁자들이 억울한 이유다. 법원도 번거로운 경매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오기입 실수를 하는 초보자들이 있다”며 “경매를 무효로 되돌리는 매각 불허가 요청을 해 볼 수는 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 사실상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