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사랑한 '검사 공주' 의식 불명···"왕실 숨겨" 무슨일?


태국에서 차기 유력 왕권 계승자로 꼽히던 왕실 장녀 팟차라까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 공주(44)(사진)가 일주일째 의식불명 상태로 알려진 가운데 공주가 이미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인터넷 매체 아시아센티넬(Asia Sentinel)은 ‘슈뢰딩거의 공주, 생사기로에 놓인 태국 왕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공주의 사망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14일 마하 와찌랄롱콘(라마 10세) 태국 국왕의 장녀 팟차라까띠야파 공주가 갑작스레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은 왕위계승 문제로 왕조를 혼란에 빠뜨렸고, 국가 경제가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 왕실에 따르면 공주는 지난 14일 저녁 북동부 나콘라차시마주(州)에서 열리는 군견대회 참가를 위해 반려견을 훈련하던 중, 심장에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지역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가 방콕 쭐라롱껀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태국 왕실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공주의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며 “의료진은 공주의 심장·폐·신장 의료 지원을 위해 약물과 의학장비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태국인들은 전국 각지에서 ‘파 공주 쾌유 기도’를 열고 있다.

그러나 방콕에서는 공주가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앤드류 맥그레거 마샬 전 로이터통신 방콕 지국장은 공주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심정지와 호흡정지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심폐소생술(CPR)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콕 병원에 도착했을 때 공주의 상태는 이미 가망이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5분 내에 영구 손상이 발생하고 10분이 지나면 보통 뇌사 상태에 빠진다. 공주는 그보다 오랜 시간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놓여있었다”며 “의료진이 생명유지 장치를 사용하기 전 CPR 등 처치를 시행했을 땐 이미 9시간이 지난 뒤였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공주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체외막산소공급(에크모)을 지속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같은 명령의 배경에는 연말연시 행사 및 가족 모임, 쇼핑 대목 등이 있다. 매체는 “고위 왕족이 사망하면 애도 기간이 선포돼 셧다운이 발생한다”라며 “공주는 새해 전까진 ‘생존한’ 상태여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주의 사망설이 태국 내에서 보도되지 않는 것은 형법에 규정된 ‘왕실 모독죄’ 혹은 ‘불경죄(lese-majesty)’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왕실 모독 혐의가 인정되면 최장 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정도로 왕실의 권위가 막강하다.

매체는 비평가들의 말을 인용해 “군사정부는 이 법을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데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8년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첫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파 공주는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뒤 태국에서 검사로 임용돼 활동했다. 여성 재소자 등 약자에 대한 인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파 공주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독일 고급 호텔로 도피한 현 국왕과 대비되며 차기 유력 왕권 계승자로 꼽힌다. 태국은 지난 1974년 공주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개헌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파 공주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태국의 차기 왕권 승계 구도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왕과 세 번째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디파콘 왕자(17)가 국왕이 된다. 하지만 디파콘 왕자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외교관 출신인 빠윈 차차왈퐁판은 “라마 10세 국왕은 승계 문제를 확실히 하지 않을 것이다. 후계자로 적합한 인물이 없고 가장 사랑하는 딸이 죽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시간 끌기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주는 미혼인데다 자녀가 없기 때문에 공주가 살아있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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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