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바람으로 방 데워요” 도시가스 요금 폭탄에 난방 다이어트

직장인 박모(26)씨는 12월 들어 본격적인 ‘난방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평소보다 따뜻해 보일러를 거의 틀지 않은 11월이었지만 요금은 이전보다 더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난방비가 부담돼 전기장판으로 버티고 있다”며 “오죽하면 소형 건조기로 방을 데운다. 뜨거운 바람 빼는 호스를 밖이 아닌 안으로 향하게 해 방 온도가 낮아지는 걸 막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가스 ‘요금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요금이 올해에만 무려 4차례 인상됐다. 요금 인상에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찾아오면서 난방비 절약을 위한 시민들의 고군분투도 이어지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 후폭풍=서울시에 거주 중인 직장인 곽모(34)씨는 지난 11월 도시가스 요금으로 3만 2190원이 청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1만 1040원에 불과했던 전기요금이 껑충 뛴 것이다. 사용량 증가보다 요금 인상폭이 더 컸다. 사용량이 15㎥에서 36㎥로 140% 느는 동안, 요금은 191%나 상승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9)씨도 마찬가지다. 5인 가구인 이씨네 집은 11월 도시가스 요금으로 6만5960원이 나왔다. 사용량은 46% 정도 늘어났지만, 요금은 107% 더 나왔다. 이 씨는 “평소 요금이 자동이체 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우연히 고지서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며 “잘못 나온 건가 싶어서 문의를 해보니 도시가스 요금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해줬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5월, 7월, 10월 총 4차례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올렸다. 주택용 요금의 경우 지난 1년간 1 메가줄(MJ) 당 14.22원에서 19.69원으로 38%나 올랐다. 특히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10월 15.9%가 한 번에 오르면서 요금 관련 문의도 폭증했다. 서울의 한 도시가스 고객센터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였던 11월 말부터 최근까지 요금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것은 천연가스 수입단가가 급상승한 탓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급등 등이 영향으로 천연가스 수입단가가 올라가고 있지만 그간 가스 요금 인상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11월 고지서에 화들짝…뽁뽁이 붙이고 전기장판 틀고=서민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월 들어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서 난방비 절약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곽씨는 “외출할 때는 환기를 위해 항상 창문을 열어두는 편인데 지난주부터는 꼭 닫고 있다. 창문 틈새로도 바람이 들어와 오랜만에 ‘뽁뽁이’도 붙였다”고 말했다. 원룸에 살고 있는 김모(28)씨는 “전기장판으로는 공기가 차가워지는 걸 막기 힘들어 난방 텐트를 샀다. 잠깐 보일러를 틀더라도 오래 따뜻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박모(29)씨 역시 “생활비 부담이 커져서 고민 중이었는데 난방비까지 올라 걱정이다. 11월 말에 보일러를 틀었더니 요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며 “전기장판이 없어서 급한대로 털 잠옷, 털 실내화를 샀다”고 말했다.

실제 이커머스 업체 티몬에 따르면 12월 1~12일 들어 보조 난방용품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가량 상승했다. ‘뽁뽁이’로 불리는 단열 시트가 194%로 가장 크게 늘었고 방풍비닐(71%), 문풍지(25%) 등 열 유출을 방지 제품군 판매가 상승했다. 온수매트(68%), 전기장판(86%) 등 보일러를 대신할 계절 가전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한편, 산자부는 동절기를 맞아 취약계층 도시가스 요금 감면에 들어갔다. 올해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요금을 체납한 경우에도 도시가스 공급 중단 조치를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