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뚝뚝' 떨어졌는데…갭투자 다시 '꿈틀꿈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갭 투자(전세보증금을 끼고 적은 돈으로 집을 사는 시세차익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매맷값이 떨어지며 담보대출로 집을 샀던 일부 갭 투자자들은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 없어 패닉셀링(공포투매)에 나섰지만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5.4%로 전월(75.2%) 대비 0.2%포인트(p) 올랐다. 앞서 9월 전세가율이 전월(74.7%)에 비해 0.5%p 높아진 데 이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의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며 낮은 전세가율을 보였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지난 2017년 5월 73.01%에서 2020년 8월 53.27%로 3년 간 크게 떨어졌다.

앞서 2020년 7월 말엔 새로운 임대차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가율도 일시적으로 올랐으나 이듬해 1월 56.26을 기록한 후 서울의 아파트값은 다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전세가율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높아진 전세가율로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기 쉬워진 데다 위기가 기회라는 인식까지 더해지자 공격적인 갭 투자를 선택한 사례는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날 아파트 실거래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갭 투자 건수는 총 308건으로 조사됐다. 매맷값과 전월세 보증금의 격차는 최대 20억원에서 적게는 1억원대까지 다양했다. 강남3구의 고가 아파트 단지일수록 매맷값과 전세 가격의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3구에서도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15㎡(17층)이 지난 9월 21일 같은 평형 최고가인 49억3천만원에 거래된 뒤 불과 3주 만인 10월 8일 29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는 20억3천만원으로 해당 기간에 체결된 서울 아파트 갭 투자 가운데 가장 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매수자의 높은 자금 여력과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기대 심리가 갭 투자를 부추겼단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매와 함께 체결한 갭 투자가 아닌 이상 집을 매수한 사람도 본인의 자금 여력이 꽤 있기 때문에 갭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직전 거래 가격보다 수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만큼 이 가격에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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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