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조 차주 ‘정유·철강’ 유입 유도”…운송개시 확대에 화물파업 힘빠지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가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정부의 추가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 발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압박 수위 높이는 사이 화물연대 전국 단위 참여율은 20%대로 낮아졌지만 노정 대화가 중단되면서 총파업 종료를 이끌 타개책을 찾긴 어려운 상황이다. 총파업 배경이자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한 안전운임제는 극심한 갈등 끝에 여야 논의가 중단됐다.


▲화물연대 총파업 장기화로 유류제품의 운송이 막히면서 전국에서 품절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주말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공지가 적혀있다.

정부는 6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 논의를 위해 소집된 관계장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정유와 철강 운송 차질 발생 업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안건이 의결되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은 당일 명령을 발동할 전망이다. 이 경우 국토부와 관계부처는 운송거부 업체 및 개별 화물차주를 파악하고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정부는 앞서 11월29일 국무회의에서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의결했는데, 이는 지난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상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발동 사례였다.

정부는 정유·철강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의 경우 주요 기업보다 사업구조 말단에 있는 주유소를 중심으로 품절 사태가 번지고 있는데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시민, 산업별 화물운송에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업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고, 주요 거점은 송유관을 통해 공급이 진행된다"며 "사실상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는 88곳으로, 이날 중 100곳 돌파할 전망이다. 철강업체는 육상운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추가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정유·철강 분야의 '물류 봉쇄' 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멘트 분야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기점으로 출하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명령 발동 5일째인 3일 시멘트 출하량은 평시 대비 84%까지 회복됐다. 총파업 첫날인 11월24일부터 29일까지 출하량은 평시 대비 5~10%에 그쳤으나, 업무개시명령을 계기로 운송에 복귀하는 비노조 차주들이 늘어나며 출하량도 증가세다.

정유업계의 경우 자발적으로 업무에 복귀하는 차주들의 분위기도 감지되면서, 업무개시명령 발동 시 회복이 더욱 빠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조차의 경우 물량이 집중되는 월말에 차주들의 수입 대부분이 발생한다"며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말 (운송거부로) 손해를 본 화물차주를 중심으로 업무에 복귀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례없는 업무개시명령을 연달아 검토하는 사이 총파업 참여율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총파업 첫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43%를 기록했던 참여율은 후반부로 가면서 20% 초반대로 낮아졌다. 추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총파업 동력이 빠르게 약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에서는 지난 11월30일 2차 이후 기약없이 중단된 노정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 개정을 통해 안전운임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회가 여야 대치로 경색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노정 대화마저 사라진다면 총파업이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2차 이후) 정부와 실무 차원의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우리로서는 총파업을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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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