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공 ‘약발’에 민노총 ‘고립무원’…철강 손실 1조원 넘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의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는 연이은 파업 대오 이탈과 업무개시명령에 따른 비조합원 복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업무개시명령의 성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정부가 연일 이번 파업으로 취약 계층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민주노총에 불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고 있다.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한일현대시멘트 앞에서 국토교통부와 영월군청 관계자들이 경찰 엄호 속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노조원 차량에 업무개시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여파로 평시 대비 5% 수준으로 급감했던 시멘트 출하량은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시멘트 출하량(11만7000t)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 전인 지난달 28일(2만2000t)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물동량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81%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날 같은 시간(64%)보다 17%포인트 높아졌다.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가장 큰 부산항의 경우 사실상 파업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의 약발이 먹힌 결과로 보고 있다. 여전히 민주노총은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간 눈치를 보고 있던 비조합원들이 빠르게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조합원의 운송방해 행위 등에 대한 엄중 처벌 방침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비조합원 호송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부는 이날까지 시멘트 분야 201개 운송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쳤고, 운수종사자 777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주소를 확보한 425명에게 우편으로 명령서를 송달했고, 이를 전달받아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차주는 178명이다. 5일부터는 이들을 대상으로 운송 재개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1차 적발 시 최대 30일 운행정지, 2차 적발 시 면허 취소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특수대형차는 통상 월 차량할부금만 200만∼500만원 정도 나가기 때문에 1∼2주일만 일을 쉬어도 차주의 타격이 크다”면서 “컨테이너나 정유업계 등에서는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복귀 명분차 어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려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화물연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 본부 건물과 부산지역본부 건물에 각각 17, 6명의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조사는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공정위 조사관들의 건물 진입을 막아 결국 무산됐다. 공정위는 이날 조사가 무산될 경우 향후 다시 현장을 찾아 조사를 진행하고, 계속 건물에 진입하지 못하면 화물연대에 조사 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화물연대가 현장조사를 방해하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화물연대 측을 강력 규탄했다. 공정위가 특정 사건의 조사와 관련 브리핑을 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실이 직접 위원장 브리핑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법안을 야당 단독 상정했다. 교통법안심사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주재로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왔다. 이날 법안소위에는 소관 부처인 국토부가 참석하지 않아 개정안이 통과되지는 못했다. 대신 소위는 오는 9일 법안소위의 안건요구를 위한 출석을 요구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법안심의를 통해 교통소위에서 해당 법안이 추후 통과되더라도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 본회의 절차가 남아있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거대의석을 무기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당은 국토위 교통법안소위 강행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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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