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상하이서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 구호 나왔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도시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6일 상하이 도심에서 시민들이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 구호까지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CNN과 로이터, BBC 등 주요 외신은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분노 및 항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3년째 유지하고 있는 봉쇄 정책인 ‘제로코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퍼지고 있다고 현지 중국인들이 동아일보에 전했다.


▲26~27일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항의하는 상하이 시위를 촬영한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서 나타난 경찰이 시위 참여자를 연행하고 있는 모습

27일 블룸버그 등 서방 언론들과 쯔유(自由)시보 등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26일 밤~27일 새벽 상하이 우루무치중루(中路)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최대 도시 우루무치에서 24일 발생한 화재 사고로 10명이 숨진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AP통신과 로이터는 시위 참가자 수를 수천 명, 블룸버그는 수백 명이라고 보도했다. 우루무치중루에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우루무치는 화재 발생 당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가 장기화되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 봉쇄 강화를 위해 가져다 놓은 여러 설치물들 때문에 소방 당국의 진입이 늦어져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트위터 등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상하이 시위 참가자들은 거리에 촛불을 놓고 모여 격앙된 목소리로 “독재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시행)하라” 등을 외쳤다. 블룸버그는 상하이 시위에 대해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이후 (규모가) 가장 큰 반(反)정부 거리 시위”라고 평가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에 다르면 상하이 시위 참가자들은 26일 시작된 시위에서 “자유와 인권을 원한다”고 외쳤다. 로이터는 “항위 시위가 27일 새벽까지 이어졌다”며 “참가자들은 ‘우루무치 코로나19 봉쇄 해제’, ‘중국의 모든 코로나19 봉쇄 해제’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시간이 갈수록 시위 규모가 계속 커졌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외쳤다.

현지 공안(경찰)들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AP통신에 “친구 한 명은 공안에 두들겨 맞고 두 명은 최루탄을 마셨다”면서 “공안은 친구가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내 발을 짓밟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공안 약 100명이 시위대를 막아섰고 이후 공안을 실은 더 많은 버스가 도착했다고 전했다. 대만 쯔유시보는 “이번 시위에 상당히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금까지 벌어진 시위 가운데 가장 반(反)정부적이고 급진적인 시위”라고 평가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서도 시 정부 청사 앞에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며 “코로나19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치는 영상이 25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도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27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베이징 도심인 차오양구 일부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한 주민은 “왜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거냐” “봉쇄를 결정한 사람이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또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를 언급하면서 “우리 건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라고 항의했다. 공안이 출동했지만 영하의 날씨에도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은 채 약 1시간 동안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남부 장쑤성 난징에서는 대학생들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며 ‘인민 만세’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영상도 퍼지고 있다.

수도 베이징과 제2도시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단행동이 이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동북부 지린성 창춘시에 사는 30대 왕모 씨는 “3년째 제로코로나 봉쇄가 계속되고 있지만 나아진 게 없다는 반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27일 중국 당국에 따르면전날 중국 본토 신규 확진자 수는 3만9506명으로 4만 명대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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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