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50원 이상 폭락 1320원대까지 떨어져…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환율 50원 이상 급락해 2009년 4월 이후 최대 낙폭
미국 물가 피크아웃, 연준 긴축 속도 조절론 힘받아
글로벌 달러인덱스 108선 하락, 8월 이후 최저 수준
국내증시 위험선호에 외국인 순매수, 3% 안팎 상승


원·달러 환율이 50원 가량 하락폭을 확대하면서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132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대로 꺾이자 달러의 추가 강세가 어렵다고 판단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58.70원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물가 피크아웃(고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외국계 헤지펀드가 원화 강세 흐름으로 전망을 바꾼데다가 환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사고 파는 알고리즘 매매가 많아진 것도 환율 급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1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이날 오후 2시께 전 거래일 종가(1377.5원)대비 51.25원 하락한 1326.25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 하락을 따라 전일 대비 30.0원 내린 1347.5원에 시작한 뒤 낙폭을 51원 안팎까지 확대하면서 1320원대로 급락했다. 환율이 장중 저가 기준 1320원대를 나타낸 것은 지난 8월 19일(1324.2원) 이후 처음이다.

일중 낙폭 기준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 58.70원 급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 불안이 차츰 안정되던 시점에서 국내외 증시 강세와 무역수지 흑자, 역외 세력의 달러 매도 물량이 한번에 영향을 주면서 환율이 급락한 바 있다.

환율이 50원 이상 급락한 것은 미국 물가지표를 확인한 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 속도조절, 강달러 기조의 고점 통과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그간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했던 수준을 한꺼번에 되돌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7.7% 오르는데 그쳐, 시장예상치(7.9%) 보다 낮았다. 미국 물가가 7%대로 하락한 것은 8개월 만이다.

달러인덱스는 전날 110선에서 108선으로 급락, 지난 8월 중순 수준을 보이는 중이다. 글로벌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177포인트 뛴 108.042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리면서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4.3%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5.4%로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하루 전 56%대에서 큰 폭 오른 것이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확대되면서 3% 안팎으로 상승폭을 키운 것도 원화 반등에 영향을 줬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5050억원 가량 순매수 하는 등의 영향에 전일 대비 3.03%오르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외국인이 1600억원 사고 기관도 순매수하면서 2.90% 가량 오르는 중이다.

환율 급락 영향엔 미국 물가가 가장 큰 영향을 주긴 했지만 외국계 헤지펀드가 원화 강세 흐름으로 전망을 바꾼데다가 환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사고 파는 알고리즘 매매가 많아진 것도 환율 급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국계 헤지펀드 사이에서 원화 강세 쪽으로 전망을 바꿨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 반등폭이 더 커진 것 같다”면서 “알고리즘 매매가 많아지면서 환율이 오를때, 내릴때를 가리지 않고 급등, 급락폭이 더 커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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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