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넣으면 7억 꼬박꼬박…세금도 안내" 자산가들 채권에 뭉칫돈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4배 증가…"이자에 절세까지"


"고액자산가들은 꾸준히 채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금융상품 중 채권만 팔린다고 할 정도입니다."(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

강원도 레고랜드발(發) 자금경색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고액자산가들은 오히려 채권을 찾는다. 금리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채권투자로 절세까지 가능해서다.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최근 4배 가까이 늘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올 1~10월 장외 채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16조752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달만 보면 개인은 2조3135억원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달 전체 채권 순매수액은 2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9% 줄었다.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조기상환) 미이행 사태까지 터지면서 기관들이 순매수 규모를 줄인 영향이다.

개인투자자는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해 표면금리만큼의 이자 수익을 기대하며 채권을 산다. 김지만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만기 보유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채권매수는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도 "채권 투자 붐이 일었던 지난 6~8월처럼 채권이 단시간에 바로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고액자산가들이 채권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최근 문제가 된 레고랜드 관련 채권들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단채지만 국고채나 여타 회사채는 결이 다르다"며 "디폴트만 없다면 만기 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기준 국고채 3년물의 최종호가 수익률은 4.118%다. 국고채 10년물은 4.182%, 회사채(무보증 3년) AA-등급은 연 5.591%, 회사채(무보증 3년) BBB-등급은 연 11.438%를 기록했다.

고액자산가들이 채권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절세'다. 채권투자로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금리인상기에 표면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금리인상기에 싼 값에 채권을 사들이고 향후 금리인하기에 채권을 팔아 매매차익을 챙긴 후 채권 표면금리에만 부과된 세금만 내면 된다.

예컨대 만기 1년짜리 액면가 1만원짜리 표면금리 6% 채권을 9800원에 매수한다고 할 때 표면금리 6%에 대해서는 과세가 돼 이자수익 600원의 15.4%인 92원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매매차익 200원은 비과세다. 9800원을 투자한 결과로 수익 708원을 남겨 세후 7.08% 금리를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최근 한전채 등 초우량 신용등급 채권도 6%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 투자자가 챙겨갈 수익규모는 더 커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의 저쿠폰채권 매수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배 급증했다. 국내채권은 표면금리 1% 내외 국채에 주로 집중됐다. 상품에 따라 고객의 평균매수금액은 22억원을 기록했다. 특정 채권의 경우 인당 평균 250억원의 투자가 몰리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KB증권이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동안 WM(자산관리) 자산 1억원 이상 비대면 고객 9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6%가 금리인상기 유망 금융상품으로 채권을 꼽았다.

비대면 온라인 고객 상담 전문 센터인 '프라임PB(PrimePB)센터'로 접수된 고객들의 전화상담을 분석한 결과 금융상품 중 채권 관련 문의 비중은 상반기 11.8%에서 하반기 51.4%로 약 4.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자사의 예탁자산이 1억원 이상인 투자자 235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삼성증권에서 가입하고 싶은 상품'이 무엇인지 설문한 결과 채권(34%)이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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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