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사기 싫어요"..오르는 차값에 등 돌리는 소비자들

딜로이트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 한달만 급락
2023년 형 연식변경 차량 일제히 가격 인상
반도체 발 가격 인상에 경기침체로 구매력↓

“6개월 전에 새 차 계약을 해놨는데 요즘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고 연식변경 때문에 가격은 오른다고 해서 취소를 해야 할까 고민이에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에 따른 신차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카플레이션(car+inflation)’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의욕도 꺾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 수요가 줄어들 경우 자동차 시장에서 공급과잉으로 완성차 업체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최근 ‘카플레이션 시대, 자동차 구매의향 감소 조짐’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지난 8월 말 자동차 구매의향이 최근 1년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딜로이트가 개발한 ‘자동차 구매 의향 지수(VPI)’는 한국시장에서 8월 말 85.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수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자동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 비율을 추적해 산출한다. 지수가 100이상이면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더 많은 반면 100 이하면 구매하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더 적다는 의미다.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2021년 9월부터 지난 8월기간 동안 VPI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추세적으로는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95.2였던 지수는 다음달 100선을 돌파했고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7월 119로 최고점을 달성했다. 그러나 한달 만에 차량 구매 의욕이 급격히 꺾이며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차량 구매 의욕을 꺾은 것은 거침 없는 차량 가격 상승이다. 국내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지난해 9월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비율은 45%였지만 1년 새 14% 포인트나 급증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시작된 자동차 생산 차질은 차량 가격을 밀어올렸다. 미국만 해도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해 150만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고 지난 상반기에는 추가로 23만3000대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안해 내년과 내후년의 글로벌 승용차 생산량을 260만대 씩 하향 조정해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근 연식 변경을 거친 신차를 선보이면서 가격을 100만~200만원씩 일제히 인상했다. 최근 출시한 더 2023 K5 의 판매가격은 24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솔린 모델은 19만~113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56만~167만원씩 올랐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아이오닉 5의 연식변경 모델 2023 아이오닉 5도 기본 모델이 5005만원으로 책정됐다. 주행거리가 주행거리가 429㎞에서 458㎞로 늘어나면서 가격은 최상위 트림 기준 380만원이나 인상됐다. 2023년형 투싼도 기존 대비 149만원 올랐다.

딜로이트는 자동차 수요가 향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사상 최고의 인프레이션으로 자동차 가격이 계속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는 지출을 억제하려고 하거나 소비 자체를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 산업 리더는“일시적일 것 같던 자동차 생산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며 전 세계 자동차 산업 및 소비자들의 자동차 소비 심리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맞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치 않고 무엇을 더 원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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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