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달군 BTS…5만 아미와 함께한 '최고의 순간'

히트곡 통해 9년간 곁을 지켜준 팬들에게 진심 고백
'부산 출신' 지민·정국 "고향으로 모셔서 설레고 행복"

'그날을 향해 숨이 벅차게, 너와 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어(Best moment is yet to come).'

전 세계를 누비며 박수와 환호를 누려왔을 일곱 명의 월드스타는 고국 무대에서만큼은 유달리 들떠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년 만에 마주한 '아미'(방탄소년단 팬)의 힘찬 함성에 올해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Proof)로 제1막을 마무리했다는 벅찬 감정이 겹친 듯했다.

방탄소년단(BTS)은 노래 가사로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5만명의 '보랏빛 군단'과 함께 최고의 순간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방탄소년단(BTS) 단독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15일 오후 6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단독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에서다.

방탄소년단은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하는 축제"라며 "이 자리에서 춤추고 뛰어놀면 그만인 아주 좋은 콘서트다. 서늘한 공기를 제대로 즐겁게 만들어 보자"고 외쳤다.

이날 콘서트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해 무료로 마련된 행사로, 방탄소년단은 90분간 그 어느때보다 가슴 먹먹한 '특급 무대'를 펼쳐 보였다.

무대는 거대한 방탄소년단 로고 조형물 아래 그간 발표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 나온 소품들을 배치해 아늑함이 느껴지도록 꾸몄다.

무대를 빙 둘러싼 스타디움 객석에서는 보랏빛 응원봉이 은하수처럼 반짝였고, 객석과 무대 사이는 정사각형 모양의 스탠딩석을 빼곡하게 채웠다.

방탄소년단이 전광판을 가르고 라이브 밴드와 함께 등장하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팬들은 조금이라도 멤버들을 가까이서 보고자 몸을 앞으로 죽 빼거나 감격에 겨워 손을 입으로 틀어막기도 했다. 객석의 한 일본 팬은 연신 '스고이'(すごい·대단하다)를 외쳤다.


방탄소년단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랩이 돋보이는 '마이크 드롭'(MIC Drop)으로 포문을 연 뒤 '달려라 방탄', '런'(RUN)까지 쉬지 않고 내달렸다.

레이저 불빛이 장내를 요란하게 가로 세로로 휘젓는 가운데 정국과 뷔는 마치 오늘 이 무대가 마지막인 것처럼 몸이 부서지도록 손끝과 발끝까지 힘을 '팍팍' 주며 춤을 췄다.

2020년 이후 전 세계를 제패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 등 상대적으로 '말랑한' 노래와는 다른 방탄소년단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겠노라고 선언하는 듯했다.

RM은 "부산에서 공연하는 것은 2019년 이후 3년만"이라며 "오랜만에 다시 찾은 부산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뜻깊은 공연을 할 수 있어 영광이고 의미가 깊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특히 멤버 가운데 부산이 고향인 지민과 정국은 이날 공연이 남다르게 다가온 듯했다.

지민은 "여러분을 고향으로 모실 수 있어 설렌다"고 감격스러워했고, 정국은 "부산에서 이렇게 많은 아미와 함께하니 너무나 행복하다"고 연방 미소를 지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부터 이어 온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Permission To Dance On Stage)와는 완전히 달라진 세트리스트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DNA'·'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온'(ON)·'피 땀 눈물' 등의 히트곡이 빠진 대신 '00:00'·'버터플라이'(진·지민·뷔·정국), '욱'·'BTS 싸이퍼 파트 3'(RM·슈가·제이홉) 같은 유닛 무대를 넣어 공연의 색깔을 한층 풍성하게 했다.

이후로는 전 세계를 강타한 히트곡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버터', '쩔어', '불타오르네', '아이돌'(IDOL) 등을 잇따라 들려주며 공연 분위기를 최고로 고조시켰다.

'다이너마이트' 무대 뒤에는 '도시를 밝히겠다'는 노래 가사처럼 화려한 불꽃놀이가 부산 하늘을 수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그러나 곧이어 분위기를 한층 가라앉히고 그간 '월드스타'로서 겪었을 무게와 가슴 먹먹함을 노래로 풀어냈다.

이들은 '영 포에버'(Young Forever)에서 '막이 내리고 나는 숨이 차 복잡해진 마음 숨을 내쉰다 오늘 뭐 실수는 없었나'라고 토로하다가도 이어지는 '포 유스'(For Youth)를 통해 '내 남은 삶 동안 너와 함께 하겠다'(I'll be with you For the rest of my life)고 진심 어린 사랑을 고백했다.

5만 관객 역시 멤버들을 향해 '옛 투 컴' 가사 일부를 차용한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는 우리'라고 적힌 피켓으로 열렬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공연은 팬들을 그리워하는 가슴 먹먹한 메시지가 돋보이는 '봄날'과 '프루프' 타이틀곡 '옛 투 컴'을 앙코르로 막을 내렸다.

공연이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주변은 구름 같은 인파로 일찌감치 북적였다. 주경기장 외벽은 거대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현수막으로 둘렀고, 하늘에는 멤버 사진이 커다랗게 박힌 애드벌룬이 띄워져 축제 분위기를 냈다.

팬들은 저마다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보라색 마스크, 가방, 티셔츠 등으로 정체성을 드러낸 채 티켓을 교환하는 긴 줄에 섰다. 어떤 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라 의상으로 도배하는가 하면, 머리까지 보랏빛으로 염색한 이도 있었다.

무료 콘서트인 만큼 공연 티켓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에 티켓에 당첨되지 않았는데도 일단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글로벌 아미도 적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온 친구 사이라는 두 팬은 "티켓은 구하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라이브 플레이(LIVE PLAY) 대신 여기로 왔다"며 즐거워했다.


특히 팀의 맏형 진이 현행 법규상 올해까지만 병역의 의무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7명 멤버 전원이 한 무대에 오르는 이번 콘서트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경기도 성남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애쉬 해크워스는 "코로나19로 수년간 콘서트를 열 수 없게 되리라고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에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중요하지 않다. 병역 문제가 어찌 되든 간에 진은 훌륭하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살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배현지·강신지 양은 "올해 3월 서울 콘서트와 달리 이번에는 소리를 지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멤버들이 처음 무대에 등장한 순간 소리 지르는 것을 꼭 해보고 싶었다"며 "오늘 공연은 장소가 (잠실주경기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더 가까이에서 방탄소년단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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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