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남궁훈 등판 반년..꿈의 주가 무색하게 '반토막'


위기의 네이버(NAVER)·카카오를 쇄신하기 위해 최수연·남궁훈 대표가 등판한 지 반년이 넘었다. 두 대표는 취임 직후 흔들렸던 내부 조직문화 개편에 힘을 쏟으며 내홍을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경영능력에선 의문부호가 남는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 개척, 메타버스 등 차세대 서비스 강화를 내세웠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 뚜렷한 성과는 나지 않고 있어서다.

네이버 주가는 최 대표 취임 전 32만9000원(3월11일)에서 이날 16만2000원으로 50% 넘게 떨어졌다. 카카오도 10만5000원(3월28일)에서 4만9850원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리더십 교체후 시가총액만 약 50조원이 사라진 셈이다.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양사는 현재 10위권도 위태롭다.

취임 직후 '시총 150조원'(네이버)·'주가 15만원'(카카오) 일성이 무색할 정도다. 이대로라면 두 대표의 보상 규모도 올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 대표는 기본급여를 전임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기업가치와 연동한 제한조건부주식(RSU) 비중을 전체 보상의 45%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남궁 대표 역시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사정은 있다. 코로나19(COVID-19) 수혜를 입은 전임 대표 시절과 달리, 올해는 △엔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광고·쇼핑 둔화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 두 대표가 처한 현실이 엄혹하다.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던 과거의 영광은 '역기저' 부담으로 남았다. 그러나 양사 새 리더십이 이렇다할 사업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상존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모두 새로 선임된 대표들이 사내소통 및 조직문화 개편에 주력해온 분위기"라며 "글로벌·메타버스 등 화두를 던졌지만 구체화된 전략이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프로젝트 꽃'으로 기업 이미지를 전환하고 여민수·조수용 전 공동대표가 성과형 광고 '비즈보드'로 수익성을 개선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네·카 청사진 불투명…"강력한 리더십 필요"


이처럼 청사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한 대형 M&A(인수·합병)은 주가에 독이 됐다.
최근 네이버는 미 최대 C2C(개인간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지분 100%를 2조3441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세계 IT 심장부인 미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마련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고환율 속에 성장이 둔화하는 기업을 거액에 사들이는게 맞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증권가에서도 "단기적인 시너지는 고려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카카오 공동체 컨트롤타워 격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올 초 카카오는 계열사발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CAC를 만들고 김성수·홍은택 공동센터장을 선임했다. CAC는 출범 직후 △계열사 대표 상장 후 2년간(임원은 1년) 주식 매도금지 △계열사 임원 주식매도시 1개월 전 CAC 공유 등 발 빠른 후속조치에 나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잇단 '쪼개기 상장' 논란에서 CAC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당시 CAC는 "사회적 책임 성장을 위해 공동체 상장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카카오게임즈 핵심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내달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소액주주 불만이 치솟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 최고가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한편에선 분산된 리더십을 부진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 투톱 체제고 카카오는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와 김성수·홍은택 CAC 센터장으로 리더십이 분산돼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고,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도 거시적 조언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계열사발 악재가 많았던 만큼 CAC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처럼 CAC가 논란을 만든 측면도 있다"라며 "사내소통·실적개선·주가부양 등 그 어느 때보다 네이버·카카오 대표에 주어진 과제가 많은 때인 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창업자들이 경영에서 멀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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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