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막아라…외환당국 "달러 주문 실시간 보고" 적극 개입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외환 당국이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에 달러 주문량과 은행별 포지션을 실시간 보고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 개입에 나선 모습이다.

1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외국환은행에 대한 달러 매매 현황 확인 횟수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오전과 오후, 장 마감 등 하루 세 차례 달러 수급 동향을 확인했지만 이제는 매시간으로 변경됐다. 이는 국내 외국환은행들의 불필요한 달러 매입을 막는 등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93.7원까지 치솟는 등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존 국내 외국환은행들의 달러 거래 현항 보고는 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5시 하루 3차례 이뤄졌었다.

정부 당국은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 달러 사재기 자제도 요청할 방침이다. 전 세계적인 '킹달러'(달러 가치 강세) 현상으로 인해 달러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자 기업들이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쌓아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기업들의 달러 쟁이기는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당국은 이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이런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기업들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 당국은 지난 15일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 메시지를 냈다. 이에 당일 1398원 가까이 올랐던 환율은 1391원대로 7원가량 떨어졌다.

같은 날 추경호 부총리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해하고 있어 저희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과다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경우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이러한 상황을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환율과 금리 대책과 관련해서는 "중앙은행 문제이기 때문에 언급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 "환율 수준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통화 스와프와 관련해 그 동안과는 차별화된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이번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 이후 같은 날 개장 초반 1399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내린 1388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 통화 스와프는 환율 안정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관련 논의 계획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 당국의 개입이 강해질 정도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관련 발언을 보다 확실하게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당분간 고환율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20~21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3.25%로 오르게 돼 한국의 기준금리 2.5%보다 크게 웃돌면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게 된다.

금융업계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 스와프가 성사되면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성사되지 않을 경우 1400원 돌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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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