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30주년 맞은 한·중..尹 "관계 질적 발전" 習 "대변혁 시기에 단결"

"한ㆍ중 관계가 그간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 한층 발전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한ㆍ중이 서로의 핵심 이익을 배려했기에 눈부신 관계 발전을 이뤘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ㆍ중 수교 30주년인 24일 양국 정상은 지난 30년 간 발전해온 양국 관계를 되돌아보며 향후 보다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오후 7시(한국 시간) 서울과 베이징(北京)에서 동시에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한ㆍ중 외교 장관은 양국 정상이 교환한 축하 서한을 대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尹 "상호 존중하며 관계 발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참석했다. 박 장관이 대독한 축하 서한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ㆍ중 양국이 상호 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기반해 미래 30년간의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기를 희망한다"며 "한ㆍ중 관계가 그간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 한층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30년의 한ㆍ중 관계 발전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대면해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 방안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안보, 환경, 기후 변화 등 실질 협력 분야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함께 달성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패권 경쟁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요소수 사태 등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재발해선 안 된다는 경계심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행사 축사에서 "한ㆍ중 간 공급망은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 완제품 등 다층적 복합 구조로 매우 촘촘히 연결돼 있다"며 "양국 간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화,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내실 있는 우호 다져야"

같은 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17호각에서 열린 행사에는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댜오위타이 17호각은 1992년 8월 24일 한ㆍ중 수교 때 이상옥 당시 외무장관과 첸치천(錢其琛) 당시 외교부장이 수교 문서에 서명한 장소다.
왕 위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시 주석은 "수교 30년 동안 중ㆍ한 관계는 전방위적 발전을 이룩했고 풍부한 결실을 맺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큰 혜택을 주고 역내와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양국은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이런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 건 상호 존중과 신뢰를 견지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 사항을 배려하며 성실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측이 개방과 포용을 견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며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수호해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근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이슈와 대만 문제 등에서 한국의 미국에 대한 밀착 행보가 자칫 중국의 중요 이익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소다자 협의체에 한국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는 데 대한 경계심도 읽힌다.

시 주석은 또 "대변혁과 세기적인 팬데믹이 교차하는 시기에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동주공제(同舟共濟ㆍ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넘)하고 단합과 협력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왕 위원은 축사에서 "박진 장관이 앞서 제안한 ‘화이부동(和而不同)’에 공자의 한마디를 보태겠다"며 "군자신이성지(君子信以成之)"를 언급했다. 2014년 시 주석의 서울대 연설에 등장한 “군자는 의를 바탕으로 삼는다(君子義以爲質)"는 논어 인용구와 같은 맥락으로 "군자는 믿음으로써 완성한다"는 의미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신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0년만의 축전 공개 교환

수교일을 맞아 양국 정상이 공개 석상에서 축전을 교환한 것은 10년 만이다.
수교 25주년이었던 2017년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로 양국 관계가 경색하면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도 정상 간 축전 교환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주중 한국 대사관이 베이징에서 주최한 기념식에도 고위급으로는 완강(萬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주빈으로 참석하는 데 그쳤다. 서울에서 개최됐던 주한 중국 대사관 주최 기념식에도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 출장을 이유로 불참해 양국 외교 수장 모두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수교 20주년이던 2012년 8월은 달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김황식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각각 축전을 교환한 소식을 중국중앙방송(CC-TV)이 저녁 메인뉴스 톱으로 보도했다. 수교 기념일과 별도 8월 31일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별도의 기념 리셉션을 개최하고 당시 권력서열 6위였던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주빈으로 참석해 케익 커팅식을 가졌다.



비즈니스 포럼ㆍ정책 제언 발표도

베이징에서는 이날 댜오위타이 행사 외에도 3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베이징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서울과 베이징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열린 ‘한ㆍ중 수교 30주년 기념 비즈니스 포럼’에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화상 기념사를 통해 “서로 신용을 지키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며 “양측은 평등을 지키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사항을 배려함으로써 안전한 발전과 역내 평화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베이징 동시 기념식에 앞서 발표된 '한ㆍ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보고서에는 한ㆍ중 수교 30년의 평가와 향후 양국 간 협력 방향에 대한 제언이 담겼다. 과학ㆍ환경ㆍ교통 등 새 협력 모델 모색, 다층적 전략 소통 채널 구축,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 공고화, 민간 차원 소통 활성화 등이다. 한ㆍ중 전문가 각각 22명씩 참여한 미래발전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해 미래계획,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문화 등 분야별 정책 제언을 1년간 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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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