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던 자영업자들 다시 벼랑 끝으로

코로나 재확산·고물가·인력난 겹치며 '패닉' 상태..자영업자 3명 중 1명 "폐업도 고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매출이 30~ 40% 정도 빠졌어요. 원가 비율도 높아져 팔아도 수익이 얼마 되지 않아요. 버티는 것도 여기까지가 한계예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밀키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밀키트에 적응하던 고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에도 유지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5월과 6월 매출이 급감하면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

경기도 수원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B씨의 매장은 20대부터 중장년층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호프 전문점이다. 그런데 주고객은 현재 20대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가속화하면서 가족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자재 비용도 급증하고 있지만 가격에 전가시킬 수도 없다. 그나마 가게를 찾는 20대마저 발길을 돌리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B씨는 토로한다.


▲서울 관악구 명가김치찌개를 운영하는 유덕현 관악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점심 영업 이후 식당을 정리하고 있다.

단순 매출 감소 수준 넘어 생존 기로에

이렇듯 코로나19 재확산에 기준금리 인상, 고물가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잠시 숨을 돌렸던 자영업자들이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실 자영업 시장은 지난 4월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KB국민카드가 지난 5월 서울시 음식점과 여가 서비스(노래방·게임방·영화관 등)의 신용카드·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전과 비교해 매출은 60% 정도 증가했다. 고용도 늘어났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0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8만 명에 비해 12만1000명 늘었다. 올 3월 133만9000명과 비교해도 6만2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7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오르내리면서 매장을 방문하던 고객들의 발걸음도 뜸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일반적으로 외식업의 주방은 중장년층 여성이 주로 맡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감염 우려와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중장년층 여성들의 기피 업종이 됐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외국인 입국도 재확산으로 위협받으면서 자영업의 인력난은 더해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MZ세대의 힘든 일 기피도 자영업 인력난의 한 원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준금리 인상과 소비자물가 상승까지 더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909조2000억원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32.7%나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실시한 금융지원책도 오는 9월 종료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상환유예 조치 종료에 대비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지난 2년간 상환이 유예된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출 원금과 이자 규모는 약 130조원에 달한다. 모두가 부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많은 대출이 부실화할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2개월 연속 6%대로 상승했다. 1998년 11월 이후 2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로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상품과 서비스가 각각 9.0%, 4.0% 올랐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7.1% 올라 평균인 6.3%를 웃돌았다. 특히 외식업의 필수 재료인 채소류 가격은 25.9%나 치솟았다. 이 같은 식재료 가격 인상은 자영업자들이 폐업까지 고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전경련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가장 큰 경영상 애로사항은 '물가 상승에 따른 재료 매입비 부담'이 23.6%로 가장 많았다. 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 한계(10.5%)도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거리 두기 해제에도 자영업자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13.3% 감소했고, 70.6%가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평균 11.8%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3명 중 1명은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폐업 이유로는 영업실적 감소(32.4%), 임차료 및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16.2%), 자금사정 악화 및 대출상환 부담(14.2%) 등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 자영업자들은 하반기에도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정부의 방역이 과학방역, 표적방역 등 요란한 문구에 비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부 방역에 대한 불만도 높다.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코로나19 정기 인식조사'를 보면, '대통령과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9%로 2020년 2월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한 7월부터 이런 기류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좀 더 포괄적인 정부 지원책 시급"

한 외식업 브랜드를 운영 중인 가맹본부 관계자는 "거리 두기 해제로 반짝 회복하던 매출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춤하고 있다"면서 "식재료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데도 제품 가격에 연동시키지 못하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수익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학방역이라고는 하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포함되지도 않아 우리들의 고충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좀 더 포괄적이면서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이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꼽은 대표적 사항은 소비 촉진 지원책 확대(16.1%)다. 하지만 아직까지 윤석열 정부의 소비 촉진 지원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뒤이어 자영업자들은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 확대(15.5%)를 꼽았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 또는 인하(14.3%), 자금지원 확대(10.4%) 등도 자영업자들이 희망하는 정부 지원제도다. 이래저래 '감염병 보릿고개'를 간신히 버틴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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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