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300원 깨졌다"..결국 뒤집힌 韓美금리, 환율 꺾였나

원/달러 환율이 지난 7일 이후 15거래일만에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언급함에 따라 나홀로 달러 강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가 역전돼도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2원 내린 1296.1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일(1299.8원) 이후 15거래일 만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 연준이 지난 밤 정책금리를 한번에 75bp(1bp=0.01%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일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원화의 리스크가 미 달러화보다 크기 때문에 통상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미 연준의 정책금리보다 높아야 외국인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한미 금리역전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이유는 미 연준의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종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스탠스가 더욱 긴축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나중에는) 우리가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며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나홀로 강세를 보이던 달러 가치가 소폭 하락하고 있다. 유로와 엔화 등 주요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DXY)는 지난 27일 전일대비 0.73% 내린 106.36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자본 유출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일각에서 외국인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나 과거 세차례 역전현상 때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오히려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은도 이날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내외금리차만을 고려한 실증분석 결과 올해 하반기중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전례를 살펴보면 직전 한미 금리 역전기였던 2018년3월~2020년2월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507억8000만달러 순유입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 1320~133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1200원대 후반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고 환율은 우리나라 경기와 성장률 등을 고려해 움직인다"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찍을 수는 있겠으나 1320~1330원이 단기 고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 한미 금리 격차가 발생했을 당시 원화는 결국 시차를 두고 약세를 보였지만 현재 수준에서 주식과 채권 등 자본이탈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의 금리인상과 유럽의 에너지 가격 추이와 유로화 약세 등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느냐가 원/달러 환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9월에 0.5%포인트 인상을 한다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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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