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까지 영끌했는데"..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날개없는 추락에 직원들 '발 동동'

공모가 하회하는 주가에 투자자 울상
카뱅 직원, 1인 당 1억원 넘는 손실 예상
증권가 전망 비관적..공모가보다 낮은 목표가 제시


"상장 당시 영끌해서 우리사주로 주식을 사들였는데 현재는 손실폭이 너무 커서 잔고를 보기가 싫다. 결혼 자금도 들어있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카카오뱅크에 근무 중인 30대 A씨는 요즘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다. 상장 초기만 하더라도 고공행진하던 주가가 올해 초부터 급락하더니 최근에는 공모가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보호예수가 끝나는 다음 달 6일에나 주식을 매도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해 고민이 크다.


연초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으로 성장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국내 대표 성장주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377300)의 직원들은 악몽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주가에 우리사주로 주식을 사들인 직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뱅크는 전날보다 1.31% 하락한 3만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페이는 전 거래일 대비 2.28% 내린 6만4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모두 공모가(각각 3만9000원, 9만원)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두 기업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곡소리는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상장되기 전, 수요 예측 당시 173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공모가는 밴드(3만3000~3만9000원) 최상단인 3만9000원에 확정됐고, 우리사주 청약률도 97.8%를 기록했다. 이후 고공행진하던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주가가 9만4400원까지 치솟았다.

카카오뱅크와 한 가족인 카카오페이도 기업공개(IPO) 당시 우리사주 청약률 100%로 완판을 기록하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97.8%), LG에너지솔루션(373220)(95.9%) 등 대형 공모주의 우리사주 청약률은 대체로 90%대였으나 100%는 이례적이었다. 열기를 이어받아 주가도 상승세를 타며 지난해 11월 24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우리사주조합은 1인 당 평균 1만4481주를 배정 받았다.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카카오뱅크 직원은 현재 1억3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 8월19일(9만2000원) 계좌에 7억6749만원의 수익이 찍혔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 우리사주조합은 공모가 9만원에 주식 총 340만 주를 배정 받았다. 증권신고서 상 직원 수 849명을 기준으로 1인 당 평균 4005주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주식 평가 가치는 1인 당 3억6045만원에 달했으나,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카카오페이 직원은 1인 당 평균 1억300만원을 손해보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참여한 직원들은 상장 후 1년 간 주식을 들고 있어야하는 보호예수 규정 때문에 주가 급락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보호예수는 소액 투자자 보호와 증권시장 안정화 등을 목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뱅크는 다음 달 6일 보호예수가 해제돼 주식을 매도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계속해서 포트포리오에서 빼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카카오뱅크 주식을 9041억원 이상 팔아치웠으며, 카카오페이 주식도 3358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두 종목은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라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세계 금리 인상 기조로 성장주들이 타격을 받는 가운데, 앞으로도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잇달아 목표가를 하향하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위축,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에 따른 대출 시장 위축 가능성을 반영해 카카오페이의 2022년 거래액 추정치를 기존의 124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낮춘다”면서 “카카오페이는 하반기 중 대출 등 기존 서비스의 성장률 회복과 보험 등 신규서비스의 매출 기여에 따른 금융서비스 회복 여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할인율 상승 등을 반영해 목표 주가를 9만5000원으로 40.6% 낮춘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목표가는 카카오페이 공모가(9만원)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격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성장 속도는 점점 둔화되고 있으며, 플랫폼 수익은 기존 은행들의 비이자 이익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은행 업종의 경우 현 주가 수준에서 연 5%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데, 카카오뱅크는 당분간 배당이 없을 것이라는 기회비용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은 은행들의 6배 이상으로 형성돼있으며, 여기에는 고성장에 대한 기대가 충분히 반영돼있다”면서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2만46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카카오뱅크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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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