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휴가철 되자 발길 줄었다, 쓰레기 날리는 제주도

관광객 북적이던 거리 쓰레기만 날려

21일 낮 12시 제주시 누웨마루 거리. 7월 말부터 8월까지 이어지는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았지만 이곳은 한산했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바람에 날렸고,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 중심부의 일부 상가 유리창에는 불황임을 보여주는 ‘임대’ ‘점포정리’ 안내 문구가 걸렸다. 몇 해 전만 해도 이 거리는 제주 관광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이었다. 내국인 관광객은 물론 해외 입국 관광객이 꼭 찾는 명소였다. 특히 중화권 관광객이 많았다. 인근에 대형 특급호텔 4곳과 외국인 면세점 2곳 등 관광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서다.


▲지난 21일 낮 12시 제주시 누웨마루거리가 여름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텅빈 모습을 보인채 쓰레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상인 김모(48)씨는 “5년 전 중국의 혐한령(嫌韓令) 이후 절반이 된 매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또 절반으로 줄었다”며 “최근 전세기가 뜬다는 소식이 있어 잠시 기대를 가졌는데, 또다시 희망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 무사증(무비자)입국이 지난달 초 재개되면서 살아날 조짐을 보였던 전세기 관광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거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물가상승 요인도 여행수요 감소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당장 제주지역 여행사를 중심으로 9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차례씩 추진하려던 베트남 전세기 관광상품이 취소된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은 물론 비행기 임대 비용이 50% 가까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자 고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유행이 가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오는 10월 예정된 필리핀 전세기 유치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한동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모습을 보인 내국인 관광 시장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7월 여름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관광객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서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 입도 관광객은 지난 5월 130만6537명, 6월 126만8002명으로 각각 하루 평균 4만2146명, 4만2267명 등 4만명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7월 들어서는 그 수가 3만명대로 떨어졌다. 20일 현재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75만6078명으로 일평균 3만7804명이 제주 관광을 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여행수요와 여름 휴가 특수를 기대하고 있던 제주 관광업계는 울상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코로나19의 재유행이다. 제주도 방역당국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일주일가량 빠른 다음 달 초~중순에 정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방역당국은 이 시기에 제주에서 하루 최대 3000~3800명의 신규 확진자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연이어 하루 10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넷째 주 726명에 불과했던 확진자는 6월 다섯째 주 1133명, 7월 첫째 주 2505명, 7월 둘째 주 5596명 등 4주 연속 증가 추세다.


비행기표 값이 4~5배나 뛰는 등 물가가 오르는 상황도 불안 요소다. 올해 초만 해도 예약하면 김포~제주 노선을 4~5만원에 왕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른 무더위와 함께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며 김포∼제주 왕복 비용이 4인 기준 100만원 내외로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이용료 고공 인상에도 예약 대란이 벌어진 골프장도 최근 예약률이 떨어지고 있다. 급증하던 골프관광객들이 최근 항공료 인상 등으로 국내 다른 지방이나 동남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제주도내 여행사 관계자 오모(42)씨는 “최근 트렌드인 개별관광은 어느 정도 버텨 주겠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올 하반기 제주 단체 관광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히 주로 가을에 진행되는 학생 단체 수학여행 취소가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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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