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폭발' 127조원 배상..역대 최고액 물어내는 도쿄전력

[일본 지진]도쿄전력 옛 경영진에 127조원 배상 판결
동일본 대지진·쓰나미 앞서 예측 보고서 발간
원전 주변 방조제 건설필요 제안 경영진 안 따라
옛 경영진 형사는 무죄..역대 최대 민사책임 인정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해 도쿄전력 옛 경영진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약 127조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도쿄전력 옛 경영진의 민사상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지방재판소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회사가 큰 손해를 봤다며 도쿄전력 주주 48명이 도쿄전력 옛 경영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22조엔 소송에서 13조3210억엔(약 127조원)을 도쿄전력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회사가 큰 손해를 봤다며 도쿄전력 주주 48명이 2012년 3월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회장 등 도쿄전력 옛 경영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22조엔 소송에서 13조3210억엔(약 127조원)을 도쿄전력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5명의 임원 중 고모리 아키오 전 상무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자력 사업자로서 요구되는 안전 의식과 책임감이 근본적으로 결여됐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고의 안전 대책을 놓고 도쿄전력 구 경영진의 개인 책임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배상액은 국내 사상 최고액”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재판에서 핵심은 도쿄전력 경영진이 지진과 쓰나미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었는가라는 문제와 이 경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취했느냐는 지점이다.

2002년 7월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는 ‘장기평가’ 예측을 통해 ‘후쿠시마 해역을 포함한 해역에서 매그니튜드 8.2 전후의 쓰나미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을 발표했다. 도쿄전력도 2008년 3월 원전에 최대 높이 15.7m의 쓰나미가 덮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예측치를 내놨다. 이를 근거로 도쿄전력 토목조사 부서는 원전에 높이 10m의 방조제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안을 경영진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주주들은 “장기평가는 신뢰할 수 있었다. 경영진은 거대 해일이 원자력 발전을 덮칠 가능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들은 “장기평가의 신뢰성이 낮았고 거대한 쓰나미로 피해가 생길 것을 예측할 수 없었다. 설사 예측이 가능했더라도 대책을 세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아사히신문>은 “이번에 판결을 내린 재판관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직접 시찰을 갔다”면서 “원전사고를 둘러싼 소송의 재판관 중에선 처음”이라고 전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 도쿄전력은 “개별 소송에 관한 것은 답변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 이번 판결과 관련해 “앞으로 원자력을 활용하는데 있어 안전신화에 빠져 비참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을 잊지 않고, 어떤 것보다 안전을 우선시해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9월 도쿄지방재판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옛 도쿄전력 경영진 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형사에선 ‘무죄’가 선고됐지만, 민사에선 1심이긴 하지만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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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