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에..'최악 적자' 한전, 일단 한숨 돌렸다

2000억 유동성 확보, 급한불은 꺼
'고유가'에 흑자 전환은 어려울 듯


최악 적자 상황에 빠진 한국전력공사는 7월부터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발전 연료비 고공행진으로 흑자 전환은 여전히 어렵지만, 이번 인상으로 2000억~3000억원 정도의 유동성은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지난해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7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구입 기준가격(SMP)이 올 들어 사상 최대치인 킬로와트시(㎾h)당 200원대로 치솟으며 전기를 팔면 팔수록 밑지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 추세라면 연간 20조~30조원의 적자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조금 숨통이 트였다. 한전과 정부는 원래 3분기에 3원을 올린 후 4분기에 2원을 추가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인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분기에 연간 최대 조정 폭인 5원을 한꺼번에 올렸다. 연료비 연동요금은 원래 분기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까지만 조정할 수 있으나 이번 논의 과정에서 분기당 최대 조정가능 폭을 ±5원으로 확대했다.

한전은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3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내외 자산 매각·구조조정, 2조6000억원 규모 사업 축소·이연 등을 포함해 총 6조원 규모의 자구안 추진을 본격화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해 성과급도 전액 반납했다. 110여 명의 1직급 이상 간부도 성과급 절반을 반납했다. 한전 관계자는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한전은 전력그룹사와 함께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긴축경영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재무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한 ㎾h당 5원 인상으로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력 판매단가는 지난해 12월(115.8원/㎾h)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구입단가(125.3원/㎾h)를 밑돌기 시작했으며, 올 3월부터는 격차가 50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게다가 7월은 1년 중 전력 수요가 본격화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번 요금 인상이 당장의 적자 해소에 큰 도움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기를 살 돈이 없어 외상으로 사온 후 회사채로 이를 막고 있는 한전의 현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소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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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