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반도체 가스' 무기화..업계 긴장 속 "한국 먼저 고통" 관측

CNN 업계동향 보도..아르곤·헬륨·네온 등 수출규제 시작
"팬데믹 이어 러 제재 충격..미리 설비 투자한 중국이 수혜국"

러시아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소의 수출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 웨이퍼

러시아 관영 매체인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말부터 '비우호적인' 국가에 대해 '희(稀)가스'(noble gases)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희가스는 공기에 들어있는 양이 희박한 아르곤, 헬륨, 네온 등 6가지 기체 원소다.

이들 가스는 스마트폰에서부터 세탁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비자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네온 가스 공급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최악의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었던 업계가 다시 긴장하는 이유다.

영국 자동차 시작 분석 기업인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은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이전보다 1천만대 줄어들었다.

올해 2분기에는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러시아의 수출 제한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네온의 경우 반도체 제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원소는 칩을 구성하는 실리콘 웨이퍼에 패턴을 새길 때 레이저가 만들어내는 빛의 파장을 조절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는 러시아가 네온을 채취해 우크라이나로 보내 이를 정화했다.

시장조사 그룹인 테크셋의 요나스 순드크비스트 선임 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 때부터 희가스를 생산하는 주요 국가로, 구소련은 군사 및 우주 기술 개발에 이를 사용했다.


그러나 러시아 침공으로 마리우폴과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 도시가 파괴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정화 능력은 잃었고 수출길도 막히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러시아의 이번 수출 제한이 반도체 산업에 그다지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업체들이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이다.

피터 핸버리 베인앤드컴퍼니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네온 가스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의존도는 한때 80∼9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았지만, 2014년 이후에는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순드크비스크 연구원은 러시아 수출 제한으로 한국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이 있는 한국이 가장 먼저 고통을 느낄 것"이라며 "한국은 희가스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달리 생산을 늘릴 대형 가스 회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의 이번 조치 때문에 중국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2015년 이후 자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희가스를 확보하는 장비에도 따로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게 되자 자국이 보유한 자원을 무기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 공급을 조절하거나 글로벌 식품가격 급등 속에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