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떨어질 때마다 더 사더니"..엘살바도르, 디폴트 위기

"IMF 만류에도 무분별한 투자로 반토막"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투자해 온 엘살바도르가 계속된 비트코인 가치 폭락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암호화폐(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그간 공개한 비트코인 매수 수량을 근거로 엘살바도르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가치가 반토막났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시티 건설 논의.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송금 비용과 시간 절약을 이유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부켈레 대통령 역시 국고로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해왔다.

엘살바도르는 약 2301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데 1억 500만달러(약 1356억원)를 쓴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재(15일 오후 3시 8분) 비트코인 가격은 2만 1306달러이다. 엘살바도르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총 가치가 4903만 달러(약 632억원)로 매입가보다 절반 이상 폭락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엘살바도르의 디폴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약 8억 달러 상당의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 채권 만기는 내년 1월로 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엘살바도르의 디폴트 확률은 현재 48%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무분별한 비트코인 투자가 엘살바도르의 디폴트 확률만 높일 것이라며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 투자를 만류했었다. 그럼에도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투자를 강행해 이 같은 위험을 야기했다.

미국 달러를 공용 통화로 쓰는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하고, 미 달러와 함께 모든 거래에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비트코인 도시’를 건설할 계획으로 비트코인 가치 폭락은 세계적인 기업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포털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대차대조표에 기록한 비트코인은 4만 3200개로, 현재가치 약 9억 2000만달러(약 1조 1866억원)에 해당한다. 당초 구입액인 15억 달러(약 1조 9351억원)로 단순 계산하면 테슬라는 약 5억 8000만달러(약7482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측된다.

테슬라는 이를 장부에 손실로 기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테슬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야후 파이낸스는 내다봤다.

이 외에도 비트코인에 대거 투자했던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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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