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 완화는 '분양가상한제 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 "6월 안에 개선안 발표하겠다"

새 정부가 첫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손질한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간 갈등으로 '공사중단' 사태가 벌어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등 정부의 인위적인 분양가 통제로 주택 공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 발표 당시 집값 상승 선도지역과 정비사업 이슈 지역으로 꼽은 서울 강남구 등 18개 구와 경기 3개 시(하남·광명·과천)의 277개동을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조정대상지역 등에 대해 '고분양가 심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강동구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이 23일부터 내달 3일까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의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선다

실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2017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이주 작업 끝에 2019년 12월 착공 신고를 했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분양가 씨름으로 당초 2020년 예정이었던 일반분양이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분양가 산정 갈등은 다른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의 사업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 재건축, 송파구 문정동(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 재건축,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베르몬트로 광명) 재개발 등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착공한 뒤 일반분양에 나서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물량만 1만 가구가 넘는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 수는 총 3390가구로, 연초 계획한 상반기 분양 예정 가구수(1만4447가구)의 23.5%에 그쳤다. 이에 신규 분양이 줄줄이 밀리고 공급 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분양가 규제를 시급히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철근·시멘트·목재 등 건설 자재 원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분양가 통제가 더해지면서 조합과 시공사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주요 입지의 대단지 정비사업 수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부산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3구역(2918가구) 조합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경기 성남시 재개발 사업지인 신흥1구역(4183가구)과 수진1구역(5259가구)도 조합의 원하는 공사비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건설사들이 외면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분상제 개편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 주변의 한 식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상제는 (아파트)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라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6월 안에 지나치게 경직된 것을 푸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개선 수위는 분상제 전면 폐지가 아닌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공사비), 가산비로 이뤄진 기준을 합리화하는 '미세 조정'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특수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가산비 형태로 분양가에 반영해주는 등의 방식이 유력하다.

조합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택지비 산정 방식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현재 상한제 택지비는 감정평가사가 인근 지역 표준지 공시지가에다 입지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보정률'을 곱해 산정한다. 조합이 지자체에 제출한 택지비는 한국부동산원이 다시 적정성 평가를 거쳐 땅값을 재검토하는데 이 과정에서 택지비가 깎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최근 국토부에 부동산원의 택지비 적정성 평가 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기본형 건축비 인상도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앞서 3월 1일 자로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작년 9월 대비 2.64% 올렸는데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다음 달 1일 기준으로 가격 변동 상황을 살펴보고 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금리 인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분양원가 상승 요인에 대해서는 분상제 개선을 통해 일부 보존해줄 필요가 있다"며 "시행·시공사의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과거 영구임대 등의 재원으로 활용했던 채권 입찰제 등을 부활시켜 일부 환수할 수 있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상제의 원래 도입 목적이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가를 유지해 주변 가격을 분양가 수준으로 하향 안정시키겠다는 것인데,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분양 직후 가격이 주변 시세로 올라가면서 '로또 분양'만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분상제에 2~3년 의무 거주 기간까지 부여하면서 임대차 시장 안정 효과도 누리지 못해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어서 폐지에 준하는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