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동학개미 백기 들었다..'국민주' 삼전·카카오 이탈조짐

회사원 이모(33)씨는 최근 코스피가 반등할 때마다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고 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견디지 못해서다. 이씨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 7만5000원, 카카오 12만원이 무너졌을 때 본격적으로 주식을 분할 매수했다. 그렇게 사들이며 투자금은 2000만원을 넘었지만 삼성전자 수익률은 -5.8%, 카카오 수익률은 -12.9%를 기록 중이다.

이씨는 “더는 물타기(주가 하락 시 추가 매수로 매수 단가를 내리는 것) 할 돈도 없고 남은 물량을 정리한 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지워버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기관의 거센 매도세에도 굳건히 국내 주식시장을 지탱하던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지쳐 떠나고 있다.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된 모습.

외국인·기관의 거센 '팔자'에도 굳건히 국내 주식시장을 지탱하던 ‘동학개미’가 백기를 들고 있다.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민주’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와 카카오의 경우 소액주주 이탈 조짐도 엿보인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달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7조4918억원이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직전인 2020년 2월(14조177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24조3229억원)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주가가 급등 속 주식시장에 돈이 몰려들었던 지난해 1월(42조1073억원)과 비교하면 일평균 거래대금이 58.5%나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운동’에 앞장섰던 소액 주주도 증시를 떠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 중 소액주주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506만6351명이다. 지난해 3분기(518만8804명)보다 2.4% 줄었다. 삼성전자의 소액주주가 전 분기보다 줄어든 건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소액주주가 많은 카카오의 감소 폭은 더 컸다. 지난해 말 카카오의 소액 주주는 191만8337명으로 지난해 3분기(201만9216명)보다 5% 감소했다. 카카오 소액주주가 줄어든 건 2019년 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중앙일보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을 살펴보니 분기별 소액주주를 공개한 10개 중 소액 주주가 줄어든 곳은 8곳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12.7%)의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삼성SDI(-9.3%)와 KB금융(-2.1%)이 뒤를 이었다. 카카오뱅크(-4.6%)와 LG전자(-0.5%), SK이노베이션(-6%) 등도 줄었다. 소액 주주가 늘어난 기업은 네이버(0.4%)와 삼성물산(0.4%)이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빚투’ 규모도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25조7000억원) 사상 최대치였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지난 2월 20조원 대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22조원대로 소폭 늘었지만 당분간 증가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흐름 속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데다 증시도 박스권에 갇혀 맥을 못 추고 있어서다.

현재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 최고 수준은 연 9%대다. 올해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 신용융자 금리는 연 10%를 넘어설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빚을 내 투자하려면 수익률이 10%를 넘어야 하는 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만만찮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이탈에다 대외 악재 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국내 증시의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쟁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탓에 물가 상승 위험이 여전하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며 시장에 주는 영향력이 커지면 증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도 시장에는 부담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제 시작된 만큼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며 "달러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신흥국 증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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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